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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예 2019. 11. 9. 19:39


 

 묵묵히 밀고 간 writer 

 


    정직한 허구  honest fiction를 쓰다


 


 





 


내가 레이먼드 카버의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로버트 울트먼 감독의 영화 숏 컷을 통해서였다.


책의 첫 문장을 읽으며 소오름 했던 건 바로 나도 그랬기 때문이다.


 


가장 미국적인 이야기를, 비판적으로 냉소적으로 표현했던 영화감독 로버트 울트먼.


그의 영화들과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 세계는 분명 닮은 점이 많았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이 1970년대작인데 <숏컷>1990년대 중반작이고


버드맨은 몇 년전에 영화화 되었다.


무엇이, 20~30년전 전의 소설가를 영화로 불러내는 걸까.


그것도 단편을 말이다.


 


고영범의 인문 기행서,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신작 <레이먼드 카버>.


이 책은 평소 알고는 싶었지만 마땅한 기회가 없었던 작가를 알게 하면서


그가 어떻게 미국의 삶을 표현한 대표적인 소설가인지를 알게 한 책이다.


 


가장 최근에 읽은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꽤 되었지만 이 시리즈를 애호하기에 편안하게 몰입하며 읽었다.


또한 얼마전에 파울로 파졸리니의 흔적을 따라가며 쓴 프랑스인의 기행서를 감명깊게 읽은 터라 같은 맥락으로도 다가와서 좋았다.


 




 


 


영화감독 파졸리니가 연출가인 동시에 뛰어난 시인, 글쓰는 사람임을 알게 했다.


<레이먼드 카버>에서도 카버가 시를 많이 썼고 뛰어났다는 걸 처음 알았다.


 


역경을 겪은 파란만장한 예술가(작가, 가수)에 대한 신화같은 게 여전히 있는 풍토에서


레이먼드 카버는 반전 캐릭터였다.


그는 1960년대 중반에 알코올에 빠져 재활원 생활과 노력으로 1977년에 술을 끊게 된다.


그가 술을 끊은 후에 오히려 뛰어난 작품들이 연이어 나왔고, 시라큐즈 대학 종신교수가 되면서 인생에서도 안정을 찾았다.


 


어제 읽은 책에서 영국의 비평가 GK 체스터턴은 예술가들은 초월적 진리와 접촉하는순간이나 느낌을 맞이한다고 한 표현이 있었다.


레이먼트 카버도 남다른 영감과 창작력으로 만년 晩年까지 걸작을 쏟아냈다고 한다.


알콜중독을 다행히도 극복하고 왕성한 활동을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십세라는 이른 나이가 작고했다.


 


파졸리의 책을 통해서 감독이 살고 활동한 1960~1970년대의 이탈리아의 사회상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도 레이몬드 카버가 살고 글을 쓴 당시의 시대 배경을 자세히 접할 수 있어 참 좋았다.


 


 




 


미국 문학, 단편 문학에 대해서 알고는 싶어도 어떤 계기가 부족했는데


<레이몬드 카버>를 통하여


카버는 물론이고 여러 미국 작가를 알고 싶은 강력한 동기를 얻었다.


 


레이몬드 카버도 거론한 플레너리 오코너를 특히 읽고 싶어졌다. 몇 년전에 사둔 소설을 조만간 펼쳐봐야겠다.


 


한 인간의 삶으로 볼 때 카버가 (그 어렵다는) 알콜 중독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 참 보기 좋았다.


소위 천재적이라는 아티스트들, 가수들을 알콜, 마약 중독으로 잃은 적이 얼마나 많았는가.


카버와 동시대 사람이 아니고 아무 상관도 없건만, 나는 영국 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또렷이 떠올랐다


그녀는 언론의 과도한 관심과 숱한 악평으로 알콜 중독에 시달리다가 20대에 죽음을 맞았다. 그녀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몇 년전에 보고 몹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무튼 그렇기에


천재적인 예술적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약물같은 중독으로 폐인이 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얼마전에 (뒤늦게) <라라랜드>를 보면서 캘리포니아의 배경이 아름답다고 느꼈다.


레이먼드 카버의 창작의 일부분인 캘리포니아의 곳곳들을 접하는 것이 그래서 또 즐거웠다.


나는 가보지 않았는데 지난 여름 조카가 3주 정도 미국 서부를 다녀온 적이 있다.


10대의 눈으로 바라본 그곳의 이야기는 순수함과 자연이 아름답게 여겨졌다.


 


레이먼드 카버에게는 워싱톤주와, 가난한 사람들, 노동자들의 거친 생활이 각인된 캘리포니아 였다.


그것들이 그의 단편소설과 창작의 자양분이었다.


 


50대에 작고한 파졸리니에게서도 안타까웠는데


이제 새로운 창작세계로 진입한 레이먼드 카버가 50세에 세상과 작별한 것도 아깝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은 여전히 많은 독자들, 특히 미국인들에게 사랑을 받는다고 하니


생명력이 충분한 듯 하다.


 


나는 이제부터 하나씩 읽어가려고 한다.


아마도 대성당이 여정의 시작이지 않을까 싶다:D


 


 




 


 


책에서


 


예술가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대상은 정의나 공평성, 정확성 같은 진실의 여러 형식들 이라는 확신이 자리잡고 있다. (80)


 


카버는 자기 문학에 영향을 끼친 것은 앞서간 작가들이 아니라 현실의 환경적 조건, 현실속에서 구체적으로 벌어진 일들이라고 말한다. 이어서 자신의 삶과 문학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한 가지 요인을 꼽는데, 바로 두 아이다.


   (103)


 


이즈음부터 카버의 작품들이 본격적으로 조명받기 시작한다.


1960년대의 환상을 넘어 환멸을 경험한 시대적 분위기 자체도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카버의 어둡고 강박적이며 기이하게 현실주의적인 이야기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독자군이 서서히 형성되어간 것이다.


    (167)


 


 


어쨌거나, 이번 생에서 원하던 걸 /얻긴 했나?


그랬지.


그게 뭐였지?


내가 사랑받은 인간이었다고 스스로를 일컫는 것, 내가


이 지상에서 사랑받았다고 느끼는 것.


폭포로 가는 새로운 길중에서


                        (206)


 


카버의 묘지에는 … 사람들이 여기저기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와서 그들의 마음 한 조각을 남겨놓고 간다.


그 마음들을 다 합해보면 어쩌면 카버가 남긴 마지막 말 사랑‘'과 닮은 무언가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