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나게 이뻐라!
이 영화를 극장에서 놓쳤다니. 방금전 보고는 살짝 아쉬웠다.
아마 그때 교차 상영을 하고 일주일 후에 내렸나 했던.
영화는
박정민의, 박정민에 의한
박정민을 위한 영화였다.
하여 박정민빠인 나로서는 즐겁고 행복했다.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의 최종작이라고 하는데
동주, 박열을 일컫는가 보다.
안돼요 마지막이라뇨 감독님.
몇 편 더 만드셔도 보고 싶다.
학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고향 변산을 떴다.
서울로 가서 힙합 래퍼를 시작했다.
학교다닐 때 글 좀 쓰고 시 좀 써서 전국대회 우수상을 탔던 학수.
서울 살이 래퍼 생활은 고달프고 만만치 않았다.
그렇게 7년이 훌쩍 지난 어느날 모르는 사람한테 전화를 받았는데
아버지가 쓰러지셔서 위독하시단다.
학수는 사실 아버지와 사이가 원만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살면서 자기 힘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그래도 쓰러지셨다니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변산으로 내려간 학수.
병실에 갔다.
중환자실인가 했는데 2인실에서 아버지는 편안히 누워 있다.
옆에는 학수 나이 또래 여자가 아버지를 간호 중.
알고 보니 고교 동창 선미다.
의사가 ‘아버지 경미한 뇌줄중이 왔는데 치료 받으면 괜찮으시다’고 한다.
학수는 빡친다.
무슨 사경을 헤매는 줄 알았는데 멀쩡히 고함만 친다.
아들내미 얼굴을 보고 말하는 것이 7년만인지 8년만인지 세어보는 아빠.
전화를 건 사람은 선미였다.
학수는 선미와 ‘섬띵’이 있었다.
아니 실은 선미가 학수를 좋아했는데 학수는 다른 킹카를 좋아했다.
뭐 학창시절에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흑역사의 하나.
일명 ‘시드니’ 사건.
학수는 좋아하는 여자애가 동네 노래방 시드니실에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고백 이벤트를 준비했다.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그 아이. 그런데 뭔가 전달이 잘못 되어서 그녀는 피렌체실에 있었고, 시드니실에는 선미가 있었다.
선미는 들뜬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불이 켜지자 학수는 실망했다.
그렇게 선미가 차였다는 슬픈 이야기.
7년만에 본 학수에게 선미는
‘난 괜찮아. 시드니 다 잊었어.“라고 해준다.
학수는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도 않았던 사건이다.
영화 <변산>은 래퍼의 꿈을 가진 20대 학수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변산에 내려왔더니 아버지는 여전히 꼬장꼬장하고
선미는 아빠한테 좀 잘해드리라며 오지랖 간섭질 이다.
예나 지금이나 3인조로 있는 동네 친구들은
랩퍼 해서 먹고 살겠냐며 귀향을 권한다.
친구 중 한명이 새우잡이 양식이 대박이 났다며.
도우면서 돈 좀 모으라고.
학수는 다 마땅치가 않아 보인다.
아버지는 골칫덩어리고
옆에서 맴돌며 알짱거리는 선미는 귀찮다.
친구들의 소박한 삶은 시시하게만 보인다.
그냥 변산, 여기가 다 싫다.
영화 <변산>은 의외로 뮤지컬 적인 요소를 적극 차용했다.
나중에 하이라이트에서 쇼 미 더 머니에서 학수가 멋진 무대를 펼치게 된다.
그 전까지 몇 장면, 학수의 랩 노래를 박정민이 직접 불러서 나온다.
랩 노래들이 다 멋지고, 가사들이 시처럼 예뻤다.
방송무대에서
『나의 정면을 보게 해 준 너에게 고마워』
이런 가사가 있는데
「정면을 보다」라는 표현이 참 좋았다.
흥행은 크게 안 된 듯 하지만
한번 볼 만한
구수한 영화였다.
변산이 고향인 사람에게 이 영화는 훈훈하고 편안한 선물이 될 것 같다.
시나리오 작가가 변산이 고향이라고 들었었다.
엔딩 크레딧에서
학수와 선미의 결혼식 장면이 뮤지컬로 나온다.
발리우드 인도 영화인 줄.ㅎㅎ
흥이 넘치는 춤과 노래에 들썩들썩
내내 유쾌하게 미소를 지었다.
작년과 올해에 <쓸만한 인간> 읽으면서 행복했는데
박정민의 모든 것을 풍성히 보여준
<변산>에 팬으로서 정말 즐거웠다.
곧 이제훈과 찍은 영화도 나온다는데
그 영화에서는 다크한 매력 뿜뿜 하겠지~.
주인공들이 한 사투리가 입에서 계속 맴돈다.
충청도와 전라북도가 오묘하게 섞인 사투리라니 ㅋ
변산 지긋지긋하다는 학수에게 선미가
‘그래도 사투리가 여전히 남아 있는 건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는 거여‘
이렇게 말했다.
박정민에 스포트라이트를 준 영화지만
상대에서 잘 맞춰준 김고은도 아주 칭찬해~~.
구수한 사투리 진짜 찰졌다. ㅎㅎ
August 2
Asl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