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스터링 서스펜스>. 부제는 구조와 플롯.
본서는 소설을 중심으로, 픽션 장르를 쓰는 작법을 가르치는 책이다.
저자 제인 클리랜드는 대학에서 창작을 가르치며, 10여권의 장,단편 소설을 펴냈다.
이 책의 소개를 보고는 매료되었었는데 첫째 장부터 완전 마음에 들었다.
그 신뢰감, 기대감을 안고 읽어 나갔는데 책장을 덮을 때 흡족함이 한 가득했다.
지난번에 의학서 좋은 거를 알아서 감사했는데,
창작에 대한 책도 자주 읽지는 않았다.
리뷰어클럽을 통해서 만났는데 여윽시 기대를 십분 만족시켰다.
소설 쓰기에 대한 책은 많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구체적으로 ‘서스펜스’ 창작을 중심으로 논지를 펼치는 책은 처음이다.
‘서스펜스’는 우리말로 긴장감 정도로 풀이할 수 있는데
저자는 모든 이야기 장르에서 서스펜스 창출이 중요하다면서 책을 시작한다.
비단 픽션 뿐이 아니라, 논픽션에도 적용된다는 작가의 시선이 굉장히 신선했다.
생각해보면 그랬다.
뉴스처럼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는 ‘논픽션’은 그렇게 기억에 남지 않았다.
사실을 담은 글이여도 같은 값이면 기승전결이 있는 글이 분명한 임팩트를 남기는 것이다.
저자는 추리소설의 하위쟝르인 ‘코지 미스터리’를 쓴다. 코지 미스터리는 자극적인 소재가 아니라 편안하고 비교적 건전한 미스터리를 일컫는다.
코지는 찻잔 밑에 까는 손뜨개질 덮개이다. 이 분야의 창시자로 애거서 크리스티가 손꼽힌다.
작가는 코지 미스터리에 종사하지만, 문예 창작 교수인 만큼 폭넓은 문학 작품 쓰기를 가르친다.
문학소설, 장르소설, 논픽션을 아울러서 어떻게 ‘서스펜스’가 ‘작품’의 완성도를 좌우하는지를 하나씩 풀어 준다.
너무도 재밌는 화법과, 실제 경험에서 터득한 방법들 덕분에 수월하고도 흥미롭게 읽었다.
내게는 하나의 서평 書評 책처럼 읽히기도 했다.
완성된 소설을 두고, 그것을 하나씩 해부하여서, 이 작품이 왜 재미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장 소설을 쓰려는 이에게는 정말 보석같은 지침서일 것이다.
불후의 명작들,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들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천재적인 작가가 어느날 전광석화처럼 써내는 이야기는 거의 드물다는 걸 알았다.
대다수는 오랜 기간, 치밀한 구상작업을 통해서 이야기의 얼개를 구상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 책이 좋았던 게, ‘당신도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격려를 끊임없이 하면서 진행되기 때문이었다.
좋은 소설, 완성도 있는 이야기를 쓰는 것은 쉬운 작업은 아니다. 또 간단해서도 안된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특수한 사람만 쓸 수 있는 건 또 아니라고 한다.
글을 쓰려는 열망이 있다면, 내가 왜 이야기를 꼭 써야 하는가 목적의식이 있다면
누구든 글을 쓸 수 있다.
이야기를 쓰는 것에 정답이나 공식이 있을 리는 없다.
그런데 길잡이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한다.
제인 클리랜드는, 처음 이야기를 쓰려는 예비 작가, 새롭고 뛰어난 이야기를 쓰려는 작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준다.
아주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것들을 포함하고, 소설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꿰뚫어보는 혜안까지 두루 전수하고 있다.
읽는 재미가 있었던 건, 실용적인 배움도 있지만, 저자의 관점 덕분이었다.
소설을 쓰는 건 창작의 고통이 수반되는 일이다.
그러나 소설, 이야기를 쓰는 것 만큼 정직한 일도 없다고 작가는 강조한다.
독자를 항상 염두에 두고, 독자를 존중하면서 글을 쓰는 것이 창작의 출발이라고 한다.
저자 제인 클리랜드가 소설을 쓰는 것에 진정한 애정을 갖고 있음을 내내 느낄 수 있었다.
때로 완전히 실패한 소설도 있었고, 이를 통해서 한 단계씩 성장할 수 있었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유머러스하고 재치 있고, 해박한 지식이 총동원된 창작의 방법 론.
끝에는 ‘당신의 목소리를 내라’는 격려로 끝마치고 있다.
여기에는 인내와 용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독자들은 새로운 이야기에 언제나 열려있고, 사람들은 진실에 목마르다고 말하는 저자.
따뜻하고 건강하고, 소명 의식이 느껴지는 글쓴이의 표현들에 참 훈훈했다.
소싯적에 문학소녀, 문학청년 이었던 사람들이 이 책을 접했다면
정말 마음이 뜨끈해 질 것 같다.
나도 그랬으니까. ^^
작가가 창작법을 가르치면서 수많은 명작들을 인용하는데
덕분에 그 책들을 읽고 싶어지기도 했다.
책에서 거론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언제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찾아 봐야겠다~~.
스토리의 힘을 믿는 사람.
지금 어디선가 고독하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지망생들에게
커다란 위로와 동기부여를 줄 만한 책이었다.
책에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독자가 인물의 동기와 갈망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썼다는 점이다.
(23쪽)
내러티브 논픽션은 흔히 소설에서만 쓰인다고 생각하는 대화문, 묘사 등의 창작 기법을 활용해 실제 사건의 밑바탕에 깔린 정서적 진실을 알리는 데 집중한다.
(25쪽)
정통 추리소설은 범인이 누구인지를 찾는 게 핵심이고, 스릴러는 적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것을 막는 게 핵심이다. 두 장르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기본요소 한 가지는 공유한다. 바로 서스펜스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27쪽)
구조의 밀도가 높을수록 독자는 자신이 이야기의 어느 지점까지 왔는지 헤매지 않고 이야기의 플롯, 문체, 주제에 더 집중할 수 있다.
(44쪽)
코지 미스터리 장르의 독자는 해피엔딩을 원한다. 이야기의 시작에서 독자에게 이곳은 안전하고 건전한 세계라는 신호를 보낸다. 추리가 끝나고 혼돈에 빠졌던 세계가 다시 질서를 회복하게 되면 그 세계는 다시금 안전하고 건전한 곳이 된다.
(45쪽)
모든 피드백이 꼭 유용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건설적인 비판의 가치를 깎아내리면서 피드백 받는 과정 자체를 건너뛰거나 쓸데없다고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빌 게이츠가 말했듯 “우리는 누구나 피드백을 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요.”
(58쪽)
마틴 루터 킹 박사의 말대로 “층계참 전체를 보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일단 첫 계단부터 오르세요.” 당신의 첫 계단은 이야기가 던지는 질문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74쪽)
어떤 배경을 선택하든 그 배경은 주제와 잘 어울리고, 플롯을 보조하며, 인물을 규정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등장인물이 장소와 상호 작용한다는 생각은 독자가 이야기에 더 깊고 은밀하게 빠져들 풍성한 기회를 제공한다.
(96쪽)
장르나 줄거리가 무엇이든 인물을 고립시키는 것은 서스펜스의 기본 토대인 긴장감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주동인물을 고립시키는 것이 영웅으로서의 자격을 시험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140쪽)
진실을 드러낼 때는 설명이 아닌 사건을 통해 보여주세요. (150쪽)
내게 이야기란, 중간에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지는 플롯을 의미한다. 우리 삶도 그렇게 깜짝 놀랄 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162쪽)
인물의 특징이 더 구체적이고 특이할수록 플롯이 더 탄탄하고 생생해진다는 것을 기억하자. 모호하거나 지나치게 보편적이거나 평범한 인물 설정은 피한다.
(215쪽)
어떤 문장은 아무리 간략해도 더는 할 말이 남지 않았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81쪽)
당신의 목소리는 당신의 생각, 신념, 감정, 통찰, 직감을 통합해서 고유한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당신의 글은 당신의 목소리를 담고 있어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여과하지 않고 그대로 글로 옮기자. 다듬지 말자. 진실을 쓰자.
사람들은 진실에 목말라 있다. 진실을 쓰면 사람들이 찾아온다.
(3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