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정성스럽게 생각들을 벼리면 이런 문장들을 써낼 수 있을까. <사소한 부탁>의 글편들은 나를 흔들었다.
지성과 감성을 정확히 저격했다.
황현산의 산문은 2013년부터 지난 해까지 작가가 살며 느끼고 사유한 것들을 빼곡이 담았다. 명민하고 섬세하며 은유적인 에세이다. 그 중에는, 문학을 하는 지식인으로서 바라본 대한민국의 겉과 속이 반영되어 있다.
2013년부터 5~6년 동안 우리 사회는 격동과 변화를 온몸으로 겪어냈다. 선거에 참여한 후에 나는 일상으로 복귀하며 정치와 사회 정의같은 단어와는 거리를 두고 살았다. 그러다가 황현산의 책을 음미하면서 비로소 지난 몇 년을 차분히 돌아볼 수 있었다.
2014년 4월의 세월호 참사, 2016년 10월 촛불집회가 열리기 전과 후의 날들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하나씩 복기해 보았다.
2014년 5월의 글 「진정성의 정치」에서 황현산은 민주주의의 가치와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소환한다.
그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슬픔과 안타까움, 죄의식을 느꼈고 각자만의 방식으로 애도를 했다. 배 안에 탄 사람들을 구조하지 않은 것은 학살에 다름아니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 와중에 어떤 세력들은 참사를 애도하는 사람들의 감정까지 비난했고, 정치인과 권력자의 일부는 유가족을 조롱하기를 서슴치 않았다.
정의가 어디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소한 듯이 보이는 것들부터 투쟁하여 얻는 일이 중요함을 그때 어렴풋이나마 깨달았었다.
‘사소한 부탁’이라는 겸허한 표현으로 황현산은, 개인들이 존엄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당부하고 일깨웠다.
사회 차원의 커다란 문제도 한 인간의 영혼이 마주하는 선을 위한 투쟁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았다.
작가는 절실하게 다짐하고 있다. 나쁜 믿음에 빠지지 말자고.
선과 정의, 진리에 깨어있어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내면을 돌보고 가꾸는 것을 부지런히 지속해야 함을 문학의 언어로 전달해 준다.
‘한 인간의 마음속에 뿌리를 내린 슬픔은 이 세상의 역사에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믿어야 할 일이다. 한 인간의 고뇌가 세상의 고통이며, 세상의 불행이 한 인간의 슬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