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

Adress boken

사나예 2018. 12. 16. 17:50

 

 

 

 

 

 

 

 

어메이징 도리스 _도리스의 빨간수첩

The red address book

 

소피아 룬드베리의 2017년 장편 작품이다.

 

스톡홀름에 사는 도리스는 96세로 간병인이 필요한 노인이다. 거동에 불편함이 많지만 집에 방문하는 간병인의 도움을 받고 아직은 일상생활을 잘 영위하고 있다.

도리스 할머니의 최대 즐거움은 컴퓨터로 스카이프를 통해서 미국에 있는 증손녀와 통화를 나누는 일이다.

 

통화의 내용을 들어보면 두 사람은 무척 사이좋고 친밀한 손녀-할머니 사이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손녀의 이름은 제니. 할머니 곁에서 살면서 자주 찾아 뵙고 싶은데 사정이 여의치 못해서 늘 아쉬워한다. 자신도 남편과 세 자녀가 있고 막내는 아직 3살이 안되었기에 양육으로 분주하다.

 

<도리스의 빨간수첩>은 스웨덴에서 살고 있는 도리스와, 샌프란시스코에서 평범한 주부로 사는 제니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한편으로 현재와, 과거를 교차시키면서 진행된다. 과거 이야기는 도리스가 제니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이다.

 

현재 도리스의 유일한 가족이자 혈육은 제니와 제니의 아이들이다. 도리스는 배우자나 자녀가 없다. 그녀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1919년에 태어나서 프랑스 파리, 미국 동부에서 살았던 그녀의 삶이 파란만장하게 펼쳐진다.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더욱 몰입하고 집중하면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작가의 글은 편안하면서도 묘사력이 섬세하고 또한 치밀했다.

과거와 현재, 편지체, 스웨덴과 미국을 종횡무진으로 오가는데 구성이 전혀 복잡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20세기 초반에 스웨덴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도리스 엘름. 그녀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떨어져서 귀족의 하녀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때로는 우연처럼, 때로는 운명처럼 새로운 일을 만나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게 된다.

전쟁 중에는 어머니마저 돌아가시고 도리스는 7살 어린 여동생을 데리고 살아가게 된다.

 

삶이 막막했지만 도리스 자매는 유럽의 전쟁을 피해서 미국으로 혈혈단신 가게 된다.

둘은 서로만을 의지하면서 미국에서의 낯설고 험난한 삶을 헤쳐간다.

 

그 속에서 사랑을 하고, 헤어지고, 동생 앙네스는 출산을 하다가 그만 죽고 만다.

도리스는 동생의 자식 엘리스를 정성스레 키우고, 그 엘리스의 딸이 제니였다.

 

수십년 동안에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는 운명과 사랑, 회한과 슬픔, 사랑의 기쁨까지 담겨져 있다.

소설은 결국은 ‘사랑’의 이야기였다.

 

엘런 스미스. 도리스 엘름이 그를 만난 이후로 일평생 사랑했던 남자였다.

클라이막스로 가면서 도리스의 신체 상황이 안 좋아지고, 의사는 언제 사망할지 모르겠다고 제니에게 말한다.

 

그러면서 제니는 어린 딸 타이라를 데리고 무작정 스웨덴으로 날아간다.

이제 도리스의 삶이 하루가 남았을지, 몇 개월이 남았을지 알 수 없는 상황.

제니는 도리스의 유일한 사랑이었던 앨런 스미스를 찾는 일을 하기로 한다.

지금은 비록 노쇠하고 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도리스 엘름. 그런 그녀에게도 자신만의 역사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온 마음을 바쳤던 사랑이 있었다.

작가는 제니의 눈을 빌려서 도리스라는 할머니에 대한 존경심을 보낸다.

 

스웨덴은 다른 곳에 비해 2차대전의 참화는 피했지만 도리스에게는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사랑하는 앨런이 참전을 했고, 도리스 자신도 어떤 계기로 목숨을 잃을 뻔 한다.

 

사랑 이야기도 애잔했지만, 내게는 제니와 도리스의 관계가 가장 인상깊게 다가오는 이야기였다.

 

미국에서 주부로 사는 30대의 제니, 스웨덴에서 삶을 정리하며 살아가는 도리스.

 

할머니와 증손녀, 두 사람이 서로를 대하는 극진한 모습이 무척 감명 깊었다.

 

도리스의 일상에 대한 묘사가 어찌나 디테일하고 사려 깊던지.

간병인을 필요로 하는 삶. 회한과 슬픔을 품은 과거를 회상하는 90대 할머니의 목소리에 쫑끗 귀를 기울이게 한다.

 

소설은 모두가 해피엔딩이었다. 그래서 조금은 동화같고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충분히 애틋하고, 현실성 있게 따뜻했다.

 

이런 느낌이 스웨덴의 웰메이드 소설의 장점인 거 같기도 하다.

작가의 이름을 수첩에 적어야겠다. 다음 작품이 나오면 읽어 보도록.

 

사랑 이야기는 기대를 많이 했는데 살짝 아쉬운 바는 있었다.

그 외의 다른 이야기들, 전쟁기의 유럽의 이야기, 미국으로 피난을 간 스웨덴 자매의 이야기는 흥미롭게 읽혔다.

 

연말연시에 읽기에 적합한, 세대를 아우르는 이야기.

<도리스의 빨간 수첩> 이다.

 

p.s.

책의 표지의 겉 종이를 펼쳐 보았다. 그러면 가로로 길게 그림이 나온다.

미국 뉴욕의 전망이 촤르륵 펼쳐진다.

센스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표지였다. ^^  (아래 사진)

 

ps 2.

리뷰를 쓰면서 내내 이승철의 『시련이 와도』를 들으면서 글을 썼다.

소설의 도리스의 마지막 모습에 적절하게 오버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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