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뭔데’가 아닌 ‘내가 뭔데.’
다른 사람이 실수를 했을 때 내가 뭔데 그 사람에게 화낼 자격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 68쪽)
언제였더라. 사유리씨를 다시 본 계기가 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었다.
미녀들의 수다였거나 그런 유사한 방송이었다.
사유리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개념 발언을 했었다.
그리고 이후에 사유리가 관련 단체에 기부를 했다는 미담도 들려 왔었다.
그냥 엉뚱한,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 여자. 그렇게만 알았는데 다시 보는 계기였던 것 같다.
에세이 <니가 뭔데 아니… 내가 뭔데>는 사유리의 수필집이다.
이 책으로 사유리씨에 대해서 또 더 깊이 안 느낌이다.
한국에서 산지 10년이 넘은 외국인으로서, 일본인으로서 바라본 한국. 경험한 일들.
고국과 고향을 떠나서 타지에서 살면서 겪은 일들.
그런 것들은 방송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요즘 연예인이나 공인의 책들을 연이어 읽었다. 축구선수 이영표, 배우 하정우의 책들.
그 책들을 통해서 언론, 대중매체에서 보여지는 것과는 많이 다른 속깊은 사람의 모습을 읽었다.
이 책에서도 동일했다.
생각이 참 깊고, 독창적인 표현들이 톡톡 살아 있다.
이미지 대로 엉뚱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정제된 책 속의 글을 통해서인지 단아하게 느껴지기 까지 한다.
소수자는 사회적 약자가 되기 쉽다.
사회적 약자가 되면 인간을 더욱 깊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203쪽)
사유리 씨 참 용감한 여성임을 확실히 느꼈다. ^^
외국인으로서건, 여성 방송인으로서건, 특히 일본인으로서 이렇게 거침없고 자유롭게 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 댓글 악플을 비롯하여 이런 저런 오해도 받고, 상처도 받았던 사유리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면서 활동을 했다.
책을 통해 느낀 사유리는 자유분방하지만 타인을 한번 더 생각하는 사려깊음이 있었다.
특히 장애인, 약자, 소외받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은 진심이 느껴져 감명 깊었다.
개성이 있으면서 성숙한 내면을 소유한 이였다.
만약 누군가 당신의 어떤 조건을 보고 차별한다면, 그것이 없어진다고 해도 또 다른 것을 찾아 다시 차별할 것이다.
잊지 마라. 피해자는 차별받는 당신이 아니라 조건과 제약에 묶인 상대방이라는 것을.
(p.184)
사실 미우새도 안 보는 1인이고 해서^^ 사유리씨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니가 뭔데 아니… 내가 뭔데>를 통해서 소소하게 감동하고, 때로 싱긋 미소지을 수 있었다.
다소 거리감을 두었던 사유리에 대해서 뭔가 벽이 허물어진 느낌이다.
작가가 한국어에 능통한 편이긴 하지만, 외국인도 이렇게 한국어로 책을 내는데 뭔가 나도 분발해야 겠다 그런 생뚱맞은 생각도 들었다.
리뷰어로서 책을 더 충실히 읽고, 정확한 문장으로 서평을 쓰려고 노력해야 겠다.
역시 사람의 내면과 깊은 속은 모르는 법이구나.
한 권의 훌륭한 에세이로 손색없는 이 책을 읽고 새삼 깨닫는다.
가벼운 듯, 싱긋 웃을 수 있고,
책을 덮을 때는 뭔가 뿌듯함도 느껴지는 산문.
작가 사유리의 <니가 뭔데 아니…내가 뭔데> 이다.
책 에서
사람이라는 책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표지가 좋아 보여도
마지막 에필로그를 읽을 때까지 모르는 것이다.
( p.14)
자신의 꿈을 아끼고
그 꿈과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성공한 것이다.
( p.40)
맥주도, 허세도 거품이 많을수록 양은 적다.
수표도 잘못하면 부도어음이 되는 것처럼 솔직한 말도 잘못 사용하면 부도어음이 된다.
그러니 우리 모두 말을 소중하게 써야 한다.
결국 말을 아끼는 사람은 사람도 아끼는 것이니까.
(p.55)
내 가치를 알아봐 주고 나도 그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관계는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서로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 그것이 바로 인연이다.
(p.61)
내 마음의 비밀번호는 심플하다.
그의 정신세계에 자유가 있는지 딱 이것만 본다.
고등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괜찮고, 차가 없어도 괜찮고, 키가 나보다 작아도 괜찮다.
어떤 사회적인 상황에서도 편견과 차별로 묶이지 않는 정신이 자유로운 사람이라면….
( p.135)
마이너스의 사슬을 끊으려면 용기가 필요하고,
플러스의 사슬을 이으려면 사랑이 필요하다.
자신의 인연을 아끼는 사람들은 대개 용기와 사랑을 가지고 있다.
( 157쪽)
겉으로 보이지 않는 영혼 구석구석에 닿고 싶었다.
많은 사람을 만나며 나는 역시 인간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느꼈고 미래를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 203쪽)
열정을 갖고 뭐든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그것으로부터 열정과 사랑을 얻는다.
( 2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