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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윌 헌팅

사나예 2018. 11. 6. 03:21

 

 

 

 

 

왜 좋은 영화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빛을 발할까?

와인과 고전 작품들처럼 깊이가 더해지고 새로운 것 같다.

 

새삼 <굿 윌 헌팅> 때 맷 데이먼이 얼마나 풋풋했나 를 알았다. 어떻게 보면 연기력이 살짝 어색하다 싶을 정도로.

 

‘로빈 윌리암스’가 맡은 정신과  상담의 역할은 정말 멋있다.

탁월한 백인 배우 중 한명이었다.

때리고 부수는 액션물의 보수적인 헐리웃 이데올로기를 전하지도 않고도, 미국적인 중년 남성상을 멋지게 소화하는 배우였다. 

 

극중에서 역할도 그랬지만 데뷔작인 멧 데이먼이 애송이로 보일만큼, 웅숭깊고 인생의 평지풍파를 다 겪은 후 자신의 아픔을 다시 꺼내면서까지 윌 이란 청년의 비뚫어진 내면을 고치려는 노력이 눈물겨웠다.

 

이 영화를 보면 상담이라는 일, 상담가라는 역할이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힐링이라고 말은 많이 하지만 싸구려 위안이거나 온갖 학술적인 용어들 갖다가 붙이며 그럴듯하게 ‘분석’하며 정신 치료라 하는 일들도 많지 않을까?!

<굿 윌 헌팅>의 로빈 윌리암스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겪은 체험을 바탕으로 고아 청년의 굳게 닫힌 마음문을 열고 21년간 쌓아올려진 세상과의 견고한 담을 천천히 허물어갔다. 그 과정에서 상담가 자신이 윌의 폭언과 비아냥에 다치는 일도 적지 않았다.

 

벤 애플랙과 실제 하버드대 동창 사이인 맷 데이먼이 함께 시나리오를 쓴 영화. 윌의 친구들의 일상사도 재밌었다. 

막일꾼을 하는 보스턴의 하류 계층 백인들은 그들의 모습은 처음엔 낯설었지만, 그들만의 우정과, 윌의 장래에 대한 애정이 거칠지만 진하게 묻어났다.

특히 ‘모건’이라는 친구는 살짝 모자라 보이지만 순박하고 귀여워서 눈길이 갔다. ㅋ

 

이런 영화는 멧 데이먼과 벤 애플랙에게도 평생 한번 정도 만들수 있는 영화였으리라.

 

놀랍게도 기존 영화인들이 인정해줘서 아카데미 각본상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지만 그러지 않았대도 내 인생의 영화임에 분명하다.

스무살 초기 무렵 그때의 그 활기와 세상에 진출하기 직전의 불안함, 신분과 계급 차이에도 싹트는 열정적인 사랑..

 

미국 사회를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하버드생과 대학청소부와 연인이 되는 건 아마 보편적인 연애는 아닐 것 같다.

윌이 알고보니 수학 천재였고 미니 드라이버도 그것 때문에 만나기 시작했을 지도 모르지만, 나중에 윌이 자격지심에 이별 선언을 하자 무너지는 그녀의 모습에서 진심을 봤기에 놀라웠다.

 

내 기억속에서, 벤 에플랙이 건축 작업장에서 맷 데이먼에게

‘네가 재능에 따라 좋은 일을 찾아 갈 길 갔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던 장면이 약간 다른 맥락이 있었음을 알았다.

 

그냥 좋은 친구로서 빈 말처럼 한게 아니었다.

네가 재능이 있는데 그걸 썩히고 앞으로 우리(친구들)하고 같이 보스턴 뒷동네에서 산다면 그땐 널 가만 두지 않을 거야 라고 벤 에플렉이 말했다.

널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 ‘그건 나를 비롯해 우리들의 인생에 대한 모욕’이라고… 

 

벤 에플렉의 바램처럼, 어느날 놀러나가기 위해 차를 몰고 윌의 집에 갔는데 바람처럼 그가 사라지고 없자, 벤 애플랙은 의아해 하다가 미소를 싹 ~ 날리던 그 장면이 다시 봐도 흐믓함이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모든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2018년 현재에도 나와 주변에 비추며 반추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렇게 쓰니 교훈적인 영화라는 거 같은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고

유머와 감동과 찐한 멜로 그리고 사내들의 우정까지 갖춰야 할 요소는 다 있다. ^^

 

“네 잘못이 아니야 (It’s not your fault)” 를 열번은 넘게 반복하는 로빈 윌리암스의 상담에 처음엔 화를 내다가 결국 아기처럼 울어버리고 마는 멧 데이먼의 모습이 인상적인 <굿 윌 헌팅>.

 

영화 속 로빈 윌리암스는 진정한 치유의 스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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