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만이라도 멋지게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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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복은 독서가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시, 시집을 읽는 것도 여행이라 할 수 있다. 용혜원의 신작 <단 한 번만이라도 멋지게 사랑하라>를 읽으며 고요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희망보다 절망이 커질 때
어둠이 빛보다 더 짙어가고
웃음이 웃음 같지 않고
울음이 울음 같지 않을 때
얼굴이 일그러지는 고통을 감당할 수 있을까」
( 시 부분 _희망을 갖고 살 수 있을까)
작가의 전작들과 달리 삶의 비애가 진하게 우러나는 작품들이 유독 많았다. 4인조 가수의 타이틀처럼 ‘Sweet Sorrow’가 전반에 안개처럼 묵직하게 깔려 있다. 데뷔한지 20년이 넘은 중견 시인이어서일까, 내가 나이듦이어서일까. 이제는 그런 것들이 어색하거나 낯설지 않다. 거북하지도 않다.
오히려 씁쓸하지만 찾게 되는 에스프레소처럼 반갑고 되새겨 읽게 되었다.
「뻔한 고집과 미련에 자존심조차 깔아뭉개고
쌀쌀하고 매정한 말투에 몸을 멈칫하며
서로의 가슴에 멍들게 하지 말아야 한다」
(시 부분 _아름답게 산다는 것은)
시를 읽는다는 건 메마른 가슴에 물기를 촉촉이 뿌려주는 일임을 느끼게 해준다. 시들고 맥없는 가슴에 생기를 넣어주어 촉촉하게 한다. 과도한 습기는 거부하겠지만 이런 산뜻함이 좋았다. 딱 내 취향에 맞는 시들로 촘촘히 채워져있다.
「영원을 살 수 없고 현재만을 살다 가야 하는
안타까움을 뻔히 알면서도
왜 발버둥치며 사는 것일까
뒤돌아보며 서운해하지 마라」
(시 부분_ 삶이란)
손에 꼭 잡히는 그립감에 만족감을 느끼며 활자로 가득한 산문에서 잠시 벗어나 시라는 몽환적인 여행을 떠난다.
시를 읽는 것이 일상생활에 여백을 만드는 일임을 알겠다.
정서를 튜닝해준다. 감정을 조율시킨다.
겨울에서 봄으로 들어가는 요즈음 몇 번이고 들춰볼 시집같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삶의 아픔도 희망도 음미하고 싶다.
'마음 한쪽이 무너져 내리고
가슴이 쓰리고 아플 때면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참 많이 그리운 날이 있다
무슨 일이 날 것 같고
겁이 나 포기하고 싶을 때
속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 줄
무지무지 좋아하는 이에게 달려가
따뜻한 품속에 아이처럼 꼭 안기고 싶다
_ 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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