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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령감독 컬렉션 - 프론티어> (부제 : 하나를 위하여)

사나예 2008. 4. 17. 21:38

조은령 감독 컬렉션 : 프론티어 (2disc)10점

고 조은령 감독. 그는 '프론티어'라는 재일동포 총련계 학생들

(학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다가 2003년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이다. 그녀의 뜻을 이어 남편인 김명준씨가 그를 기린다는 의미로 만든 영화(다큐멘터리) <하나를 위하여>. 이 작품은 '평화'로서의 '분단'을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다.

 

2000년 12월 조은령 감독(영화 속 화자)은 교토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송기찬씨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재일 조선인에 대한 극영화를 위한 취재 요청(도움 부탁)이었다. 그러면서 접하게 된 것은 바로 조선학교였고 조감독은 선생님 및 학생들과 신뢰 관계를 형성해가게 된다. 조선학교의 역사는 길고도 슬프다. 과거 식민지 시대에 일본 국민이었던 재일동포들은 해방이 되면서 일본측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조선'이라는 국적을 부여받는다. (이하 감독의 director's statement에서 참조) 60년대에 한국(남한)과 일본의 국교가 수립되면서 재일동포들은 국적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데 어떤 이들은 일본을 선택하지만 많은 이들은 (현재 약 14만명이라고 함) '조선적'을 선택한다. 그건 실제적으로(법적으로) 남한국적도 아니고 북한국적도 그렇다고 일본적은 더더욱 아니다. 즉 그들은 무국적인 것이다. 단지 언젠가 통일이 될 때 '한국인'이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50여년을 (어찌보면 너무도 미련스럽게) 지켜온 이들. 조 감독은 특히 조선학교의 아이들에게 너무도 매료된다. "이들의 맑은 눈동자를 어떻게 필름에 담을 수 있을까?" - '하나를 위하여'에서 감독의 생각을 담은 자막 중.

 

2002년 말에 마침내 극영화에서 다큐로 전환하는 그에게는 많은 고민 또한 있었다. 그러나 역사상 총련단체로부터 완전한 개방을 얻어낸 것은 그녀 뿐이었다고 한 재일동포 연극인은 술회했다. 영화는 다큐멘터리의 힘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어쩌면 감독의 죽음으로 인해 다른 이(김명준)의 시점으로 넘어간 것이 복잡해보일 수도 있었지만 커다란 흐름을 막지는 않는다. 영화는 보면 볼수록 작은 것들에 놀라고 감탄하게 된다. 필자가 처음엔 몰랐는데 아이들이 아무도 안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는 것에서 놀랐다. (아마도 우리처럼 컴퓨터 같은 것을 많이 접하지 않아서인 듯.) 다른 훌륭한 영화들도 그렇겠지만 보는 이에 따라 또 시선에 따라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조선학교는 그 어디보다도 정말로 학교스럽다(!). 무슨 말이냐면 선생님은 사명감으로 교육에 헌신하고 아이들은 선생님을 존경하는-그러면서도 스스럼없이 대한다- 모습이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오사카조선학교의 어느 중급부 졸업식에서 노래를 부르며 '눈물바다'가 되는 광경은 알 수 없는 감동을 일으킨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그런 '순수한' 학교가 어딘가엔 있겠지만...

 

중급부까지 일본학교를 다니다가 고급부(고등학교)에 조선학교를 온 아이를 보며 그 학생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고민하는 조은령 감독.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다면 어쩌면 평생을 영화를 찍어야할지 모른다(?)고 일기에 적기도 했다. 2003년 4월 10일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떠난 조은령 감독을 많은 이들이 추억하고 있었다. 교사들은 그동안 부정적이기만 했던 '남조선'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깼고, 학생들 또한 실체를 알 수 없었던 남한이란 곳을 조국으로 더 가깝게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는 그닥 길지 않은 러닝타임으로 끝난다. 그런데 아무도 통일을 하자고 구호를 외치거나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그저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열정과 순수함이 있는 학교를 가까이서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벅차온다. 통일. 분단의 극복. 그것은 곧 평화를 향하는 우리의 간절한 마음일 것이다.

http://blog.daum.net/truewriter2008-04-17T12:38:300.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