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책 <방구석 판소리>

사나예 2025. 6. 8. 16:32

 

 

  판소리 속에 담긴 옛사람들의 웃음과 눈물, 그리고

 고개를 들어 먼 하늘을 바라보던 그들의 꿈이  여러분의 일상에도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길 바랍니다.    

 

지난 수개월 동안 나라의 위기를 보면서

저는 ‘우리’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사실 저도 개인주의자였고,

민족이니 국가니 이런 개념을 평상시에는 거의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지요.

 

나는 ‘우리’속에 있었구나.  우리와 ‘나’는 불가분의 관계였구나 라는 걸,

느낀 것이 

어쩌면  지난 내란 정국의 유일한 소득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통 예술에서 우리의 것, 하면 떠올리게 되는 게 있습니다.

판소리 인데요.

 

판소리를 생각하면 어딘가 미안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몇 대 비극,은 모르면 알고 싶어했어도

판소리 다섯 마당이 무엇인지, 

그걸 몰랐을 때 과연 부끄러워 했는지 말이에요.

 

그러던 차에,

어렵지 않은 대중 교양서로 나온 이 책이 반가웠습니다.

 

이제, 방구석에서라도 조선의 오페라, 

판소리의 세계로 떠나 봅시다.

그 속에서 우리는 한국인의 이야기와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내 안의 소리를 깨우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판소리 다섯 마당은 바로 이것입니다.

심청가, 홍보가, 춘향가, 수궁가, 그리고 적벽가.

 

심청가’는 시각장애인인 심봉사와 그의 딸 청이의 이야기입니다.

 

‘홍보가’는 두 형제 놀보와 홍보의 이야기입니다.

보통 놀부, 홍부라고 알았는데 놀보 홍보가 맞는 명칭이었네요.

 

‘춘향가’는 전라도 남원의 기생인 춘향과, 마을 사또의 아들 이몽룡의 러브스토리입니다. 

변학도는 유명한 빌런이고요.

 

‘수궁가’는 거북이인 별주부와 토끼의 이야기입니다.

‘적벽가’는 중국의 문학작품에서 한 부분을 따와 우리 식으로 구현한 작품입니다.

 

단행본인 본서는, 판소리의 대표작을 소개한 후에

내쳐서 조선의 고전들도 소개 합니다.

사실 판소리와, 고전 소설은 전혀 다른 장르이지만 

그게 어우러져서 자연스럽게 읽혔습니다.

 

나름 국문과 나온 ㅎㅎ 저에게 익숙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희미했던 기억을 되살리게 했습니다.

막연히, 어렴풋이 알았던 고전들은 명확하게 알아서 지적인 희열을 줍니다.

 

또, 전혀 몰랐던 이야기들에는,

이런 흥미진진한 서사를 전혀 몰랐다니 하는 반성도 들었구요.

 

얼마전에 김태리가 나온 여성 국극 드라마를 본 적이 있어요.

역사 속에 묻혀있던 전통 예술을, 핫한 배우들이 연기하는 걸 보는게

무척 좋았던 기억.

 

이처럼. 판소리와 우리 전통 문학은,

그저 고루해서, 먼지 쌓인 자료실에만 있는게 전혀 아니었어요.

 

리뷰의 서두에서 ‘우리’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우리 민족은 왜 이리도 역경과 시련이 많았는지

지난 몇 달동안 어쩌면 생생한 체험을 했던 걸 느꼈습니다.

 

내가 속한 이 공동체가, 과거에도 현재에도

기구한 역사를 겪은 것이 그저 한탄스럽지만은 않습니다.

 

우리 민족은, 그 비극 속에서도

해학, 웃음, 눈물이 담긴 판소리 라는 걸 남겼거든요.

 

그게 정말 

새삼, 너무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어렵지 않은, 이 책으로

판소리와 우리 고전 문학을 만나는 시간이

참으로 귀했습니다.

 

본문에서

 

“내 아무리 죽게 된들 두 낭군이 웬 말이요. 소녀의 먹은 마음 수의사또 출도후의 새 새원정을 아뢴 후에 목숨이나 살아날까 바랬더니마는

초록은 동색이요 가재는 게 편이라. 양반은 도시 일반이요 그려.”

춘향가에서

 

“부디 죽지 말고 살아 멀고 먼 만리 강남을 평안히 잘 가거라.

미물의 짐승이라도 홍보 은혜 갚을 제비거든 죽을 리가 있겠느냐.

수 십일만의 부러진 다리가 나아가니 하로난 날개공부 힘을 써보는 디.”

홍보가에서

 

<단심가>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저는 이 책이 누군가에게 판소리를 새롭게 만나는 문이 되길 바랍니다.

방 한구석에서 소리 하나에 귀 기울이던 제게 찾아왔던 그 설렘과 떨림이,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의 마음에도 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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