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피아니스트

전쟁이 한창 벌어지는 곳. 그곳에서 피아니스트로 살았던 한 남자가 주인공이다.
이 소재만 보았을 때 에드리언 브로디의 <피아니스트>가 생각났다.
<전장의 피아니스트>는
아직도 진행중인 시리아 전쟁이 벌어지는
시리아를 배경으로 한다.

세캄 이라는 곳.
내전이 발생한지 3년이 지났는데 시리아 인들은 비교적 안전 지대인 이 곳에서 정착해 살고 있다.
이 곳에 사는 시리아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와 배경을 갖고 있었다.
압제를 하는 정부군에 맞서는 레지스탕스들,
머뭇머뭇 망설이다가 보니 수년이 흘러서 지금에 이른 이들.
여성들과 아이들, 노약자들은 전쟁으로 퇴로가 막혀서 불가피하게 갇혀서 남은 사람들도 있었다.

주인공 ‘카림’은 고르자면 두 번째의 부류였다.
전쟁 전에 촉망받는 피아니스트 였던 카림.
그에게는 대단한 애국심이나 피 끓는 정의감은 사실 별로 없었다.
단지 예술을 사랑하고 피아노를 직업으로 삼고 싶은 젊은 청춘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그의 시선이 상당히 공감이 갔다.
영화에서는 사람들이 낯선 이를 만나면 제일 처음 묻는 게
“어느 편이냐?” 였다.
내전 3년차. 크게는 정부군과 반군으로 갈라졌지만
또 다른 결의 싸움을 하는 세력들도 있었다.
이 전쟁이 단순히 이분법으로 볼 수 없고,
뿌리깊은 시리아의 상황이 있었음을
영화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카림은 ‘브로커’를 통해서 난민으로 시리아를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돈만 지불하면 터키로 밀항하는 배를 탈 수 있게 된 카림.
그는 애지중지 하는 고급 피아노를 팔기로 하고 희망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그런 그를 주시하는 지역의 ‘이슬람 급진 단체’ 우두머리가 있었다.

탈출 계획은 모르지만, 피아노를 팔려는 걸 알게 된 그 남자는
어느날 찾아와 피아노에 기관총 세례를 퍼 부었다.
덕분에 만신창이가 된 피아노.
그러나 부품을 구하면 깔끔히 고칠 수도 있었다.
이제 영화는 주인공 카림이, 피아노의 부품을 찾아서
험한 길을 떠나는 로드 무비로 진행이 된다.

이러한 소재 자체는 아주 오래전에 본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떠올리게 한다.
어린이의 동심을 그린 이란 영화 였는데
이 작품에서는 피아니스트의 순수한 열정으로 피아노 수리를 위해 여정에 나서는 것으로 오버랩 되었다.
영화는 기대 이상의 퀄리티가 있었다.
찾아보니 발표한 해에 칸느 영화제에 출품되었고,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이 되었다.
자신의 살 길을 찾아서 고군분투하는 청년 카림.
중간까지 보다 보면, 누가 그를 비난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숨이 위태로운 전쟁터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애처롭게 살아가는 한 사람을
결코 손가락질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영화는 의외의 반전이 있었다.
피아노 부품을 찾기 위해 떠난 여정.
목숨을 걸고 떠났던 그 길에서 카림은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내면의 변화를 겪는다.
그리고 끝에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가 택한 선택은
정말 뜻밖이어서 먹먹했다.
자기의 살 길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위해서 난민의 길을 포기했던 것이다.
영화는 ‘실화에 기반했다’는 자막이 나오면서
더욱 감동을 선사했다.

아직도 끝 났다는 뉴스가 오지 않는 시리아 내전.
그 곳의 살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했다.
피아니스트의 ‘음악’이란
그 참혹하고 무정한 전쟁터에서도
소중히 지켜야 할 그 무엇임을
영화가 다 끝나면 느껴지게 했다.
필름 스피릿 for Narni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