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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로스트 메모리즈

사나예 2023. 5. 24. 18:47

오래전 영화를 다시 보는 기쁨.

 

얼마전에 <러브 어페어>를 다시 보고는 폭풍 눈물을 흘렸다.

예전에 봤던 영화, 다 안다고 생각했던 영화.

그런데 무심코 그 영화를 다시 봤는데 전혀 새로운 감흥을 느낄 수 있다는 걸 배웠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도 그런 경우였다.

극장에서 분명 봤었고, 그냥 재미있는 액션 영화로 기억하고 있던 작품.

 

1909년에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의 저격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가상의 설정으로,

100년후에 ‘조선’이 여전히 일본의 지배를 받고 있다디스토피아 영화 였다.

사실 지금 이걸 보면 그냥 유치하다고 여길 것 같았다.

‘항일’코드로 타임 슬립을 시도하다니 황당하다고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도입부부터 심상치 않았다.

시간을 재봤는데 정확히 5분~6분의 사이.

서울은 ‘경성’이라는 이름이로 일본 도쿄를 빼다 박았다.

묘사충격 그 자체 였다.

 

광화문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동상이 서 있다

거리에는 기모노를 입은 여성들이 섞여서 웃으며 지나가고,

거리의 간판은 당연히 일본어이다.

세로쓰기가 있기 때문에 많은 건물이 세로 쓰기로 되어 있는 모습.

이걸 상상해 본 적이 없는데 정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했다.

 

나도 도쿄를 가봤고, 거기는 거기 대로 서울은 서울대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서울이 동경을 빼다 박은 모습은, 전혀 아름답거나 하지 않았다.

이건 뭐라고 설명하기가 힘들고, 한국 사람만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그러한 시대인 한국.

아니 일본의 지배를 받고 있는 나라.

일제 치하 한반도에서 ‘후레이센진’이라는 단체가 테러를 일으키며 영화가 시작한다.

이 작품은 2002년 작인데 <쉬리> 이후에 가장 완성도 있게 만든 액션 영화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도입부는, 무려 21년이 지난 지금의 감상자를 압도시키기에 충분했다.

 

‘월령’이라는 고대의 고구려 유물.

이것을 매개로 영화는 SF영화의 타입슬립을 소재로 한다.

타입 슬립 장르 자체에 호불호가 있기에, 지금 보면 유치한 느낌이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동감> 이후로 이렇다할 타임슬립이 우리나라에서 없었기에

새로운 시도로써는 봐 줄만 했다.

 

결국 레지스탕스인 후레이센진 조직의 끈질긴 독립운동

역사를 되돌려 낸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무사히 암살한 것.

 

그래서 이후에 해방을 맞는 ‘우리가 알던’ 역사로 회귀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독립운동 동지들이 희생을 하고 피를 흘리며

잃었던 조국을 되찾게 된다는 영화.

 

만화같다, 고 할 수도 있다. 국뽕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영화는 무척 세련된 만듦새와 연기력 있는 배우들이 호연하면서

흥미로운 서사를 만들어 냈다.

 

역사를 뒤집은 가상 假想의 설정, 타임 슬립 소재.

이것을 활용하여서 ‘상상력’을 발휘한 멋진 SF 영화.

 

일본의 지배를 받고 있는 묘사에서 많은 것에 울컥했지만

결정적인 것은,

월드컵에서 뛰고 있는 축구 선수의 유니폼 이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선수의 가슴팍에 버젓이 달린 일장기.

와 정말 이건 못 참지~~.

 

영화 속 가상의 항일운동조직의 이름은

‘조선해방동맹’이었다.

 

지금 한국의 대통령과 정부가 행하고 있는 굴욕 외교를 보면서 하루하루 참담한 느낌인데,

여기에 맞서는 동맹은 없을까.

 

감상을 마치고 모니터를 끄면서 문득 스쳐간 생각이다.

 

필름 스피릿 for Nar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