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애니메이션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을 볼 일이 많지 않다.
단편 작품은 더더욱 그러한데, 그래서 볼 기회가 있어서 호기심에 봤다.
와, 그런데 영화가 다 끝나고 너무도 감동받았다.
나는 애니메이션에 빠삭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렇기에 감동적인 작품을 봤을 때 더 그 임팩트가 큰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여성은 흔히 볼 수 있는 취업준비생이다.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영화의 도입부에서 독특한 설정을 던져주었다.
일종의 SF 적인 장치였다.
갑자기 특정의 다수의 사람들이 ‘떠오르는’ 현상이 벌어졌다는 뉴스가 나온다.
떠오른다. 말 그대로이다. 그러니까 ‘부유’. 浮遊
길거리로 나가면 공중에, 덩그러니 붕 떠 있는 다수의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의 자유가 이런 것일까.
뜬금없는 설정인데 1분도 안 지나서 적응이 되는 나를 발견했다.
그냥 그런 현상이 벌어졌나 보지. 하면서 다음 장면으로 향했다.
주인공 청년은 구직 최종 발표일을 맞이했다.
결과는 핸드폰으로 온다.
길이가 긴 메일이어서,
문자의 앞 부분에는 ‘최종 결과 안내입니다’ WEB 발신. 까지만 떠 있다.
요즘은 이렇게 발표를 접하겠구나.
화면을 보는 나까지 작은 떨림이 전해져 온다.
아, 붙었으면 좋겠는데.
영화는 대사가 없고, 긴장감이 흐르는 음악이 감돈다.
결과 확인을 마친 주인공.
어떻게 된 거지. 이 작은 순간에 서스펜스가 고조 된다.
그런데 관객인 나는 결과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핸드폰이 쾅 떨어졌다. 아무래도 안 된 거겠지.
결정적으로, 주인공은 핸드폰을 발로 짓이긴다.

그 절망감이란 무엇일까.
물론 나도 20대에 무수히 ‘불합격’을 당해 봤다. 회사도, 대학원도.
대학원을 세 번 만에 붙었는데 그게 얼마나 기뻤는지는, 아주 오랜 지금도 기억이 난다.
평범한 합격증을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다.
주인공은 축 쳐져서, 퇴근을 한다.
그 날따라 해 지는 거리는 암울해 보인다.
공중에는 일단의 ‘붕 뜬’ 사람들이 정처없이 하늘을 맴돌고 있다.
그런데 주인공의 몸에 변화가 생긴다.
그녀도 떠오르는 사람이 된 것이다.
엔딩은 환상적인 연출로 이어지고, 음악이 흐르며 페이드 아웃된다.

성우가 목소리를 맡았는데, 그분들 연기가 어찌나 찰지던지.
특히 주인공 어머니 역의 목소리가 너무도 좋고, 나까지 위안받는 기분이었다.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풍의 그림체,
그러면서 현실을 담은 이야기 구조의 설득력,
엔딩의 한 방의 임팩트까지.
이렇게나 짧은 애니메이션에, 갖출 것을 다 갖춘 놀라운 작품이었다.

내게는 엔딩의, 이상은 가수 노래가 전율을 주었다.
그랬지. 내게 이상은이, 그녀의 노래들이 있겠지.
왜 잊고 산 거지.
정말로 나의 정서를 건드린 애니메이션 이었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에 많은 지원이 주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글을 마친다.
필름 스피릿 for Narni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