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사랑일까 2012
와 ··
오랜만에 리뷰를 쓰기 전에 떨리는 영화를 만났다.
미셸 윌리엄스 주연작 <우리도 사랑일까>.
2012년작.
이 영화의 존재를 모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크게 끌리지 않아서 보지 않았던 영화.
가을이 성큼 찾아온 요즘 심심풀이 삼아 보기 시작했다.
와 그런데 이 영화 제대로다.
영화가 시작하면
캐나다의 한 항구를 방문한 여인이 나온다.
미셀 윌리엄스가 맡은 ‘마고’.
그녀는 프리랜서 작가로 여행지 정보를 취재하러 그 곳을 갔다.
관광지에서 대니얼 이란 사람하고 인사를 나누고 평범하게 헤어졌다.
돌아가는 비행기 안.
그런데 옆 좌석에 익숙한 얼굴의 남자가 착석했다.
대니얼, 바로 그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까운 동네에 사는 이웃이란 걸 알게된 마고.
택시비도 아낄 겸 차를 같이 탔다.
무심하게 주소지를 기사에게 대던 마고.
그런데 대니얼에게선 놀라운 말이 전해 온다. “정말 거기 살아요?”
알고 보니 정말 같은 동네 사람이었던 것.
그것도 무려 대각선으로 인접한 주택의 주민이었다.
대니얼은 이것이 ‘썸’이라고 생각하고 (보는 누구라도 그럴 수 있는 상황)
마고에게 친근하게 대한다.
택시가 동네 어귀에 도착하여 정지한 순간.
마고는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말한다. “저 결혼했어요.”
비행 공포증 비슷한 게 있던 마고는 결혼반지를 빼놓고 있었고
대니얼이 충분히 오해할 수 있었던 상황이다.
뭐 이런 일 정도야 웃으며 넘길 수도 있던 상황.
여기서 끝나면 영화가 아니었겠지.
두 사람은 본격 썸을 타기 시작하면서 영화가 전개된다.
소위 ‘불륜’영화라면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마고와 남편 루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다.
마고의 나이는 28살.
보면서 마고를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중반부까지도 아니
이런 ‘희대의 어장관리’가 있나 하면서 보았다.
아무리 대각선 이웃남 이지만
확실히 끊는 것도 아니고 여지를 아주 대놓고 주면서
대니얼과 ‘밀회’를 즐기는 마고.
순박한 남편 루.
그는 조금 곰돌이같이 미련스럽긴 해도 남자로서,
남편으로서 전혀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런 영화를 굳이 끝까지 봐야할까 싶은데
영화가 묘사하는 점들이 너무도 ‘아슬아슬’해서
어떻게 끝내나 엔딩이나 보자 하는 심정으로 계속 감상했다.
와 근데 이 영화, 이 ‘로맨스’
어중간함 없이 끝까지 간다.
그리고 이 대사가 마음을 쳤고
그래서 리뷰를 남겨 보자 싶은 계기를 줬다.
“애매하게 끼여 있는 거 같고
붕 뜬 느낌, 나도 진짜 싫어요.”
수영장 샤워실에서 마고와 동네 친구들이 나누던 대화
“ 새 것에 혹할 때가 있지. 반짝반짝 이잖아.” “헌 것도 예전엔 새거 였어”
이런 대사들.
예전에 ‘봄날은 간다’를 보고 본 사람마다 갑론을박이 있었듯이
그럴 수 있는 진짜 ‘사랑 영화’를 오랜만에 보았다.
마고의 선택에, 불쌍한 루에,
근사하게 묘사되는 대니얼에
보는 사람마다 의견이 갈릴 수 있는 영화인 거 같다.
9년 전의 영화지만
무척 진하고 깊은 여운을 준
당분간은 음미할 영화 이다.
원제도 의미 심장하다.
Take this Waltz.
미셸 윌리엄스의 연기력에 완전히 압도된 작품이었다~.
필름 스피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