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라짜로
오랜만에 동화같은, 한 편의 우화 寓話 를 만났다.
영화가 시작하면서부터 의아한 상황이 이어져서
퀘스천마크를 안고 보았다.
이탈리아의 평범한 시골 마을.
마을 사람들이 매우 소박하게 살며, 농사를 짓고 사는데
그렇게 특이해 보이진 않았다.
아니 그런데
니콜로, 라는 ‘관리자’가 나타나서
갑질을 하면서 갸우뚱 하게 됐다.
인비올라타 Inviolata 라는 마을의 주민들은
데 루나, 라는 후작 부인의 ‘소작’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현대판 노예였던 것.
영화 중반부에야 밝혀지는 진상.
마을은 77년전 홍수로 고립된 이후로 바깥 세상과 단절되었는데
후작 부인이라는 여자가 이를 이용해 사람들을 부려먹고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아무리 시골 오지라도 요즘은 있을 수가 없는 일.
그래서 영화는 동화나 판타지로 보게 된다.
배우들 연기가 자연스러워서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한편 마을에는 ‘라짜로’라는 젊은 청년이 있다.
그는 마치 ‘어디선가 무슨 일이 생기면 찾는 홍반장’처럼
마을의 일꾼이다.
그 경계가 애매할 때도 많아서
마을 사람들이 너무 라짜로 부려먹는다 싶기도 하다.
허나 농사 일이라는 게 워낙 고됐고
후작 부인의 착취는 계속 되었기에 또 라짜로는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기도 했다.
다행히
어떤 사건을 계기로 마을이 ‘외부’에 알려진다.
경찰이 이 마을의 실상을 알고 현대판 노예임에 깜놀하면서
54명의 주민들은 모두 이곳으로부터 ‘구조’를 받는다.
근데 그렇다고 이들에게 장밋빛 대책이 주어지진 않았다.
그냥 부랑자가 되었고 뿔뿔히 흩어진 주민들.
한편, 경찰에게 구조받기 직전에
라짜로는 외진 낭떠러지를 지나다가 추락하였다.
그리고 한참 있다 깼다.
마을은 이미 텅 빈 상황.
라짜로는 대책 없이 한없이 걸어서
불빛과, ‘문명’이 있는 도시에 가게 되었는데.
영화는
정말 다음 장면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철저히 판타지 인가 싶으면 또 현실적인 이야기를 전개하고,
리얼리즘인가 싶으면 뜬금없이 ‘환상적’인 장면이 나오는 식이다.
끝 장면도 갑작스럽고 생뚱맞아서
“잉?” 하면서 감상을 마쳤다.
보통 리뷰를 쓰면 ‘이해’를 하고 나서 쓰는데
통상적인 의미의 이해를 하지 못한 작품.
그런데 ‘글’이란 게
‘너무 궁금’해서도 쓰게 되는 듯 하다.
“나만 이해 못 한 거 아니죠?”
이런 심정을 토로하고 싶달까. ㅎㅎ
나중에 보니 라짜로는 ‘예수님’을 형상화 한 듯도 했다.
네이버 무비 평점에 보니 그런 ‘해석’들이 있어서
내 생각도 일리는 있는 거 같다.
오랜만에 ‘예술적’인 영화
종교적인 이야기를 신기한 형식으로 풀어낸 영화를 봐서
그것만으로 색다른 체험 이었던
<행복한 라짜로>이다. 원제 Lazzaro felice
필름 스피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