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 러브 2010
이런 영화는 보기 나름이다.
25년이 넘는 나이차를 뛰어 넘어 연인이 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
보기 전에는
뻔한 영화이거나 아니면 아예 황당한 영화일 거라 생각하기 쉽고 나도 그랬다.
남은 (이하나) 은 아빠가 죽었다.
아빠 친구들은 남은을 걱정하고 아빠의 친구였던 형만(안성기)에게 각별히 남은의 일상을 돌봐줄 것을 부탁한다.
형만은 친구들과 달리 아직도 싱글로 살고 있고
카메라를 고치는 일을 하면서 현실에 큰 불만없이 살고 있다가 남은을 돌보게 된다.
남은은 형만이 좋아진다. 그래서 자꾸만 '찝적'거린다. ㅎㅎ
전화하고, 찾아오고, 집에 고장난게 있다며 수리를 부탁하고,
급기야 사무실에 널려 있는 형만의 빨래를 번쩍 들고 간다.
"나 빨래 잘해요. 그리고 옷들은 관리가 중요한데 에이 이렇게 놔두면 어떡해요."
서로의 감정이 묘사되는 초반에는 앗 서로 어울리지 않아 역시 영화야 하면서 본 면이 없지 않았으나
남은의 얼굴, 말들을 보면서, (난 한번도 경험한적 없지만)
아, 남은이 정말 형만을 좋아하는구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답답해 졌다. 그냥 형만이 남들처럼 같은 학교 오빠라도 됐다면 저렇게까지 자기 감정을 숨기진 않을텐데 - 하는..
하지만 남은도 여자다.
그렇게 눈치를 줬건만, 간접적으로 직접적으로 (남은아 너 버릇없이 왜 이러니라는 훈육)
거부하는 형만에게 더 이상 텔레파시를 보내기를 포기하기로 한다.
그렇게 정리되는 듯 했던 둘의 관계가, 형만이 회사 부하직원들에게 들은 말들을 통해 마음을 바꿔먹게 된다.
사랑엔 국경도 인종도 나이도 없다.
그래서 달려간다. 20여년만의 100m 전력질주를 해서.
헉헉 거리는 형만에게 문을 빼꼼히 연 남은.
"아저씨 뛰어 오셨어요?"
형만 : "생각해봤는데.. 난 여태껏 누구한테 피해주고 살아온적 없고. 그리고 뭔가가.. 남한테 피해주는것 없고, 네가 좋고, 내가 좋다면.
그러니까 그러면 말이야, 우리가 함께 있는 것, 괜찮다!"
"지금 그거 프로포즈하시는 거에요?" 그렇게 둘은 연인이 된다.
그런데 이 영화, 제목이 참 특이하다. 한국식으로 번역하면 '공정한 사랑.'
정말 영화의 스타일만큼이나 독특하다. 그리고 역시 영화 형식만큼이나 재치가 넘친다.
보면서 계속 감탄한 점이, 사무실 묘사가 너무도 따뜻하면서 영화적이었다는 점이다.
보통 저예산 영화에서 사무실은 지나치게 장르적으로 나오던가 답답하게 나오는데 어떻게 미장센을 짠 건지 정말 한 남자가 수십년동안 몸담아온 일터의 느낌.
그리고 길거리, 동네조차도 정말 소담스럽고 정겨웠다.
상실의 아픔을 갖고 도시를 돌아다니는 남은의 스케치는
길거리 묘사에 있어서 '까페 뤼미에르'를 떠오르게 했고,
동네 로맨스는 '아는 여자'같기도 했다.
신연식 감독의 재능에 경탄을 보낸다.
이하나라는 배우의 순수하고 엉뚱한 모습과,
안성기의 그윽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잘 조화시킨 연출력이 굳굳!
한번 보고 뭐라고 함부로 말할수는 없는 영화, 페어 러브.
다시금 영화 친구들과 밤새 이 영화를 필두로, 사랑, 영화들에 대해
두서없는 수다를 떨고 싶은 욕망이 들고 싶게 하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