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 호밀밭의 반항아
두어달전에 이 영화의 클립을 몇 장면 봤는데 생각보다 흥미를 못 느꼈어서 패스했었다.
그러다가 어제 여유로와서 보기 시작했고
진득하게 끝까지 보게 되었다.
너무도 유명한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
그리고 그 책을 쓴 J.D.샐린저.
영화는 일종의 ‘일대기’영화로
‘천재’작가가 그 책을 쓰기까지의 과정,
쓰고 나서 벌어진 일들을 차분하게 그렸다.
니콜라스 홀트의 팬으로서
이 작품을 보는게 좋기도 하고 아니기도 했다.
믿고 보는 연기는 자연스러워서 극에 이입할 수 있었으나
‘샐린저’라는 작가와 그렇게 착 붙어 보이지는 또 않았으니 말이다.
작가에 대해 미처 몰랐던 깨알 ‘정보들’을
영화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정말 유익했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소설 자체는 금방 써내려간 거지만
이전에 이미 수년 동안 작가의 머리에 있었던 스토리였다는 것.
샐린저가 2차대전에 참전하기 전에
단편들을 써 뒀는데 그 주인공이 ‘홀든 콜필드’였다는 것.
전쟁에서 구사일생 살아돌아온 제리가
트라우마를 겪고 일상생활이 가능해 진 때에
절치부심하면서 써 내려간 장편이 ‘호밀밭의 파수꾼’이었다.
사실 이 소설은 안 될 수가 없는,
이런 배경과 피 땀이 서린 이야기였음을
영화로 처음 알았다.
그런데, 잘 되도 너무~ 잘 된 이 소설.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는 말이 딱 이 책의 히트였다.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된 건 물론이고
샐린저는 일약 스타가 되었다.
제리의 나이가 젊었고 이제 첫 데뷔작이 이렇게 평단과 흥행 모두 성공했으니
사람들은 당연히 그가 차기작을 낼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천재작가’의 행보는 의외였다.
그가 뉴욕을 떠나서 뉴햄프셔 주의 한적한 시골로 이주한 것은
취향이라고 존중해줄 수 있다.
허나 그가 깜짝 놀랄 발표를 세상에 한 것이다.
이제 글을 발표하지 않겠다고. 그러니까 ‘절필선언’인 것.
도대체 이유가 뭘까.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의 이러한 ‘기이한’ 행적으로 인해
‘호밀밭의 파수꾼’은 더욱 날개 돋힌 듯 팔리게 되기도 했다.
책은 현재까지 전세계 30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6,500만부 이상이 팔렸으며
여전히 매 해에 25만부가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샐린저는 ‘절필’을 번복하거나 하지 않고
끝까지 은둔해 살았으며 2010년에 별세했다고 자막으로 나왔다.
이 영화로 작가를 알게 된 후 약간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호밀밭의 파수꾼’ 소설을 오래전에 대략 쓱 읽었긴 했지만
얼마다 대단한 ‘능력자’이기에 두문불출 은둔하고
책을 안 내서 세상을 놀래켰을까.
뭔가 ‘허세’같고 나르시시즘이 굉장한 사람일 거라 지레짐작했다.
그런데 이 영화를 통해 느낀 건
정반대로 오히려 ‘숭고함’ ‘먹먹함’ 이었다.
글쓰기라는 행위가 너무도 소중해서, 성스럽기까지 해서
그걸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저자의 ‘외침’.
소설을 쓰면서 소설가로 사는 것이
그저 대중들을 만족시키고, 인기인으로 행세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저자는 역설적으로 웅변했다.
단 한 편의 ‘마스터피스’를 발표하고
다시는 소설, 글 한 줄도 세상에 내 놓지 않는 것.
그러나 짐작컨대 그는 뉴햄프셔의 전원집에서
자기 좋아하는 책 맘껏 읽으며
작업실 자신의 타이프라이터로 매일 글을 쓰지 않았을까.
요즘말도 성공한 덕후.
진짜 이런 존재로 그는 평생 살지 않았을까.
그나저나 영화를 보고나니
장편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이 급 읽고 싶어졌다.
주말에 도서관에 가봐야겠다. 누가 빌려가지 않았겠지? ^^
소설에 얽힌 작가의 숨은 이야기
그동안 ‘선입견’으로 대했던 샐린저의 진면목을 알 수 있었고
글쓰기 행위를 고찰하게 한 수작 이었다~~.
필름 스피릿 for Nar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