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없는 삶 2018
소개를 처음 접했을 때
미국판 ‘나는 자연인이다’라고 해서 가볍게 보기 시작했다.
무슨 사연인가를 품은 남자 ‘윌’.
그는 포틀랜드에 있는 삼림 울창한 공원에서 자연인으로 살고 있다.
그런 남자들이 더러 있어서 그렇게 ‘이상’하게 보이진 않는다.
그런데 눈길이 가기 시작한 건
딸과 함께 자연인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
영화가 시작하면 14살 딸 톰이 나오는데 지내는 게 무척 익숙해 보인다.
몇 년은 같이 이러한 생활을 해온 듯 하다.
산에서 몰래 지내서 당연히 학교는 다니지 않는 톰.
그래도 아빠가 가르쳐서 글자는 읽을 수 있고 꽤 똘똘하다.
어느날 지나가던 산행 하던 사람에게 톰이 눈에 띈다.
아빠도 톰도 ‘발각’을 원하진 않아서 조심해 왔으나
공유지인 공원이라서 언제가는 일어날 일이었다.
그들은 공무원들에게 이끌려 간다.
그래도 포틀랜드와 오리건 주에서 ‘이러한’ 사람들을 대하는 복지 매뉴얼이 잘 되 있는 편이었다.
단지 아빠와 톰은 당황스러울 뿐.
영화는 이제 이 부녀가
세상에 놓여지면서 겪는 일들을 차분히 그려간다.
공무원들의 모습은 ‘저만하면 양반이지’ 싶은 거였다.
그렇지만 겪는 사람 입장에서는 갑자기 ‘끌려가서’
이것저것 설문조사에 응하는 게 곤혹스럽다.
10대 톰이 학교에 안 다니는 게 ‘당국’에서는 당연히 불법으로 간주하고
아빠에게 이러한 생활을 청산할 것을 은근히 종용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아빠와 자녀를 ‘분리’ 시킬 수도 있다.
이걸 알게 된 아빠는 임시 ‘숙소’ (보금자리)를 새벽에 몰래 나온다.
딸은 이 생활이 싫지 만은 않았다.
애초에 ‘선택’권이 없었던 톰이기에 모든지 처음 겪는 일이었다.
다행하고 감사하게 그녀를 맡은 공무원들은 굉장히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에 속했다.
제3자로서 영화를 보면서 ‘와 그래도 매뉴얼이 나쁘지 않네’ 했다.
그렇지만 ‘윌’의 마음은 생각보다 깊고 복잡했다.
자기는 ‘당국’이 이끄는 대로 살아갈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다.
점점 답답해져 온다.
자기 혼자라면 그래도 되요 싶지만
이제 10대이고 예민한 시기인 딸까지
자기 라이프를 강요해도 되는 걸까.
딸은 너무도 착하다.
아빠는 사실 참전 용사 출신으로 큰 아픔을 갖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어린 딸은 구체적으로는 몰라도 ‘사랑’으로, 본능적으로 아빠가 아프다는 걸 안다.
그리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의 ‘희생’을 여태까지 해 온 거다.
그렇다고 자연인 생활이 싫었던 것도 아니었다.
허나 필연적인 계기로 ‘세상’에 나오면서
톰도 그녀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
아빠와 딸은 무작정 길 위에 나선다.
오리건 주를 정처없이 방황하게 된 두 사람.
둘 앞에는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영화는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굉장히 궁금해 졌다.
이 부녀의 앞길이, 톰의 선택이 무척 궁금해 져서 몰입하며 보았다.
그들은 역시 다른 산 속에 들어갔는데
그 곳에서 은둔해서 살고 있는 ‘무리’를 만난다.
그 곳에는 산, 숲을 터전으로 삼고 소박하면서 단호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도우며 살고 있었다.
와 이쯤 되면 우연은 절대 아니고
‘하늘이 돕는다’는 말 그대로의 의미로
주인공 부녀의 앞길에는 늘 도움의 손길이 있음을 알게 된다.
목숨을 건져 주고 조건없는 선행을 베푸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함부로 무언가를 묻거나 절대 그러지 않는 사려 깊은 사람들.
바로 이 곳이 지금의 톰이 살 곳이었다.
나 또한 그걸 느낄 수 있었다.
아빠 윌의 ‘내상’은 여전히 아물지 않았고
지난 몇 개월 동안 톰은 자신만의 성장통을 거쳐 많은 걸 보고 느끼는 중이었다.
이들에게는 이제 분명 다른 선택의 ‘지침’과 기준들이 생겨났다.
어찌 될까.
아니 톰이 어떻게 할까.
엔딩의 결말에 이르면서 따뜻한 음악이 흐르고
톰이 아빠와 ‘작별’하는 장면에 나도 그만 코 끝이 시큰해 왔다.
아, 이런 영화 였구나.
오래전 <허공에의 질주>에서 리버 피닉스가 부모와 작별하던 씬이 겹치며
심쿵 했다.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 했던가.
이 영화는 분명 재미 위주가 아니고 작은 인디 영화 이기에 누군가는 패스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소재의 영화에
진지하게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꼭 볼 영화 아닌가 싶다~.
무언갈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계속 보다보면 차츰 부녀에게,
톰에게 마음을 이입하게 되는
영화지만 중간을 지나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간절하게 보게 된 영화 였다~~.
영화는 선댄스영화제, 미국비평가협회상 등에서 수상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필름 스피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