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쇼트 The big short 2016년작
근래 본 영화 중에 정말 대사가 엄청났던 영화이다.
그도 그럴것이 영화의 배경이 월 스트리트,
소재가 2008년 미국 금융 위기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법과 화학 이야기를 그린 ‘다크 워터스’도 전문용어가 많았지만
정말 <빅 쇼트>의 경제 용어는 따라잡기가 너무도 어려웠다.
그렇다고 영화를 보면서 이해하기 위해서 화면을 정지시킬 수도 없었고 ㅎㅎ
믿고 보는 배우들에 의지하면서
쭉 한번 이야기를 따라가 봤다.
결론은
2008년 금융위기는
막대한 은행들, 금융회사, 신용평가사들이
서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사기를 쳐가면서
20조에 달하는 돈을 꿀꺽했다는 것.
이 피해는 빚 내서 집을 사는 투자를 한 사람들
알만한 은행이니 투자해서 손해볼 건 없겠지 ‘믿은’
평범한 미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는 거다.
경제를 깊이는 모르거나, 주식, 금융을 모르는 이에게도
익숙한 회사들 이름, 전문용어가 영화 내내 나온다.
모기지론, 서프프라임, 스탠리 모건, 은행들
스와프, 공매도 …
뉴욕에 있는 은행들, 신용평가사들에는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런데 어떻게 그들이 저 사기같은 희대의 행각을 몰랐을까.
정확히는 대다수가 ‘알았’으며,
너도 나도 투기에 뛰어드니 나에게만 책임이 있는 건 아니라는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이, 모두를 사악하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영화의 결론, 즉 사태 일단락은 더욱 암담했다.
그 많은 ‘범죄 행각’을 저지른 유수의 은행, 신용평가사, 금융권이
아무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혼자 많이 사기를 친 단 한명의 은행원에게만 실형이 선고되었다고 한다.
라이언 고슬링, 스티븐 카렐, 크리스챤 베일, 브래드 피트 등의 쟁쟁한 배우들이
각자의 경제 영역에 있는 인물들을 맡았다.
영화는 풍자적인 요소들로 중간 중간 쉴 틈을 만든다.
몇 번 어떤 어록들이 나오는데 굉장히 의미심장했다.
「진실은 시와 같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시라면 질색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 구절도 나와서 인상적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세상이 끝나기를 바란다.」
주식 투자, 돈으로 돈을 벌려는 금융, 부동산 투기
등을 현실에서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심지어 그런 걸 안 하면 ‘바보’라고 하는 이상한 경제 관념도 있다.
하지만 그 끝엔 뭐가 있을까.
2008, 2009년 미국발 금융 위기는
너무도 끔찍한 이기적인 사람들의 욕심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그때 일로 인해 수백만 명이 영향을 받았고
많은 사람들이 직장, 집을 잃고, 돈을 잃고 거리로 나앉았다.
그런데 그 때 일이 남긴 교훈도 있었다.
그걸 영화는 한편의 논문 같은 전문적인 전개로 펼쳐 놓았다.
어렵기는 해도 배우들에 힘입어서 영화적으로 볼 수 있었다.
12년 전의 잔혹했던 ‘교훈’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다면
앞으로 얼마든지 또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 때는 한국도 예외가 아닐 거고 바로 옆에서 벌어질지도 모른다.
‘호러 영화처럼 무서운 영화’ 라는 평에
많은 추천이 눌러진 걸 보았다.
정말 영화를 보는 내내
복기하면서 적어본 지금도 오싹한
현실이 더 영화 같았던 이야기 였다.
필름 스피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