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사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
명쾌한 깊이를 갖추다
예전에 ‘터키사’ 책을 읽었을 때 터키의 역사인데 유럽과 밀접한 역사를 갖고 있음을 알았다.
이 책의 저자 안병억은 ‘영국사’를 읽다보면 영국사=유럽사이고, 세계사 라는 걸 알게 될 거라고 서문에서 밝혔다.
면적으로만 보면 그렇게 크다고 볼 수 없고 게다가 프랑스, 독일 등과 달리 섬나라인 영국.
이 책을 통해서 영국이라는 작은 나라가 과거에 전세계 권을 거의 ‘호령’했다는 걸 알면서 더욱 놀랐다.
제국주의 자체는 분명 나쁜 것이지만, 당시의 시대 배경과 국제관계 맥락 속에서 그 시절을 읽을 필요는 있었다.
한 국가를 통째로 다룬 무슨무슨 史 라는 타이틀을 단 역사책들이 있다.
호기롭게 책을 펼치지만 기원전부터 시작하여 서기 4세기 5세기 얘기까지는 어렵게 다가온다.
이 책으로 만나는 영국의 기원도 라틴어와, 고대 영어가 난무하는 속에 고난이도의 읽기를 요했다.
60~70페이지까지 그랬는데 그것을 넘기고 나면, 꽤 익숙한 이야기들이 드디어 등장한다. 바로 아서왕 전설 얘기다.
이어서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웨일즈가 과거에 어떤 왕국들을 거쳤는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권리장전이 나오면서부터는 한결 더 친숙한 역사가 나와서, 곧 몰입하면서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안병억 교수의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는 가장 최근에 나온 영국사 도서이기에
브렉시트와 코로나 상황까지 다루어서 현실감이 높았다.
그런데 깊숙이 읽어가면서 비단 지금 나온 책이어서만은 아닌, 저자의 깊은 이해와 해박한 내공을 느낄 수 있다.
어떻게 영국의 역사가 곧 유럽사였고, 유럽의 일부인 영국인들이 자신들은 ‘대륙’ 유러피안과 다르다고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 책으로 명쾌하게 알수 있다.
지금은 경제적으로 독일이 우위를 점하지만, 이차대전과 그 직후까지 영국이 유럽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졌다는 걸 알았다.
책은 읽는 이를 위해 친절하게 구성해서, 가독성을 한층 높였다.
어쩔 수 없이 딱딱한 ‘역사적 사실’들을 나열하는 형식이긴 하지만, 흥미로운 제목 타이틀을 뽑아서 챕터들에 대한 접근성을 좋게 한다.
미처 몰랐던 사실들, 전혀 다르게 알고 있던 사실들을 알게 될 때는 순수한 쾌감이 컸다.
영국의 역사를 안다는 것은 단순히 백과사전 적인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렇게 몰입하면서 읽는 것을 보니 나도 은근히 ‘영국빠’였나 웃음이 나기도 했다. ㅎㅎ
또한 왜 미국인과 영국인이 은근히 라이벌 의식을 갖는지, 그 대결에서 자주 영국이 ‘승리’하는 이유는 또 뭔지, 같은 평소에 궁금했던 것도 이 책으로 해소할 수 있었다.
거대한 역사적 흐름부터, 사소한 티티카카 까지.
장엄하고 소름 돋는 역사들과, 깨알같은 정보들까지.
영국의 역사에 대하여 거의 모든 면을 알 수 있도록,
저자와 편집진이 노고를 기울였다는 걸 책장을 덮으면서 느꼈다.
제목 그대로 하룻밤에 읽을 수 있는 영국사.
그렇게 효율적으로 읽을 수 있게 만든 책이지만
알게 되는 것들, 깨닫는 것들이 내게 던진 여운은 길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