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참으로 오랜만에 이 영화를 정주행했다.
감상을 마친 직후에 우선은 진이 쫙 빠졌다. ㅠ
영화에 어찌나 몰입했던지.
장면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보려고 했고, 소리들에도 집중했다.
요즘 날고 기는 공포영화가 많지만 대부분
자극적이고 잔인한 묘사, 살인마의 행각의 끔찍함 같은 것에 치중한다.
볼 때는 꺅 소리도 지르고, 며칠 공포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1년 이상 가는 공포 영화는 드물다.
좀비물에는 식상해져갔고, CG로 도배한 화면은 세련되기는 해도 ‘저것이 영화구나’라는 걸 상대적으로 느끼게 했다.
그래서 ‘엑소시스트’의 공포가 한결 더 무서웠는지 모르겠다.
이 작품은 영화 외적인 전설적인 뒷 이야기도 많다.
개봉 당시에 극장에서 여러 명이 실신해서 병원에 실려갔다 느니,
응급차가 상영관 앞에 대기했다느니 하는 것.
정말 그랬을까 싶기도 했는데 지금 영화를 보면서 그게 믿겨지고 실감이 났다.
지금도 이렇게 무섭고 오싹한데, 수십년 전의 관객들은 더 그랬을테지.
게다가 영화는 서구 관객들에게 더 와 닿았을 것이다.
바티칸이 있는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과 미국은 카톨릭 적인 문화가 상당히 익숙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분명 잔혹하고 잔인한 설정이 많다.
희생자를, 어린 여자 아이로 한 것이 가장 그랬다.
천사같았을, 순진무구한 소녀가 얼굴이 괴물처럼 되고, 괴성을 지르며, 어른을 힘으로 제압하는 괴력을 가졌다니.
상상만으로도 고개를 가로저을 일인데, 영화는 이걸 찰떡같이 재현했다.
보는 것도 무서운데 만들고, 연기한 사람들이 한편으로는 대단했다. 무섭지 않았을까.
좀비물하고는 정말 차원이 다른 공포다.
공포 클래스의 탑 이랄까. 그래서 가끔씩 영화매체에서 무서운 영화 뽑으면 꼭 5위안에 이 영화가 있었나보다.
그런데, 공포 영화인 줄 알았던 이 영화, 내게는 감동 영화였다.
분명 엔딩을 봐서 알았는데, 가끔 영화정보프로그래에서 그 장면만 보여주기도 했는데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는 끝을 미처 예상 못했다.
데미안 신부가 리건-악령 씌인-에게 ‘이 악령아 차라리 내게 들어와라’하는데
갑자기 울컥 해졌다.
사실 그 전에, 구마의식 하는 씬 중에 머린 신부님과 함께
‘전능하신 주의 능력으로 악령을 추방한다!’
그 말을 반복해서 할 때, 마음이 애틋해지기 시작했다.
무서웠지만, 리건의 겉모습이 흉측했지만
공포보다는 슬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나를 채우기 시작했다.
끝내 머린신부를 죽게 하고, 히죽거리는 리건을 붙잡고
결국 자신에게 악령이 들어온 데미안 신부가 황급하게 창 밖으로 떨어졌을 때
눈물이 울컥 나왔다.
이 모든 일을 안 또 다른 신부가 계단 아래에서 데미안신부를 끌어안고 우는 씬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지고 말았다.
누군가 나를 위해, 자기에게는 아무런 연관없는 악령을 몰아내기 위해
자신을 죽게까지 했다는 게 너무도 가슴 저릿했다.
데미언 신부의 희생이 바로 그리스도의 그것이었다는 깨달음에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그저 무서운 공포영화,
뭔가 흥미를 자아내는 퇴마 의식에 대한 영화로만 인식했었는데
영혼을 잠식하는 악령에 대한 영화로도 다가왔다.
극 중 리건이 당한 악령들림이 극단적이지만
어쩌면 우리에게, 나에게도 끊지 못하는 중독과 집착, 죄된 성질이 있는 게 아닐까.
그러한 생각을 해보게 한 이번 감상이었다.
뜻밖에 영화가 히트를 쳐서 2편 3편도 나왔던 것 같은데
그 영화들은 좀 더 장르적, 오락적인 면에 치중한 걸로 기억한다.
엑소시스트를 보고자 한다면 반드시 1편부터 보기를 추천해본다~.
데미언신부 역할 배우의 연기가 감명깊었는데 이 영화 이후의 활동은 잘 모르겠다.
감독 윌리엄 프레드킨은 다른 웰메이드 영화들을 만들면서 영화사에 한 페이지를 기록했다.
필름 스피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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