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즈 Day
오랜만에 만나는 로맨스 秀作
멜로 영화, 로맨스 영화에는 공식이 몇 가지 있습니다.
한 장르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결혼을 앞둔 연인이 있는 주인공이, 우연같은 우연 아닌 사건이나 사고를 당했는데 그때 운명같은 남자, 여자를 만난다는 설정이요.
처음에는 ‘내가 왜 이러지. 나한테는 그이가 있는데’하던 주인공.
그런데 그 ‘사건(사고)’이 계시처럼 자꾸만 발목을 잡습니다.
이건 운명 아닐까.
대중적인 영화의 끝은 대부분 사고를 통해 만난 주인공이 맺어진다는 이야기죠.
이런 스토리는 끝이 거의 예상이 됩니다.
요즘 세상에 끝이 예상되는 이야기라니.
그런데 <프로포즈 데이> 이 영화를 보고는 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알고 봐도 볼 만 한 게 바로 사랑 이야기 라고.
<프로포즈 데이>의 여성 주인공 애나는 약혼자 제레미와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일이 있어서 혼자 아일랜드를 갔는데
대도시가 아닌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됩니다.
다음날 더블린으로 가기 위해 기차표를 예약해 두었습니다.
애나가 묵고 있는 작은 숙소와 레스토랑의 주인은 싱글 남성으로 데클런 이라는 이름의 매력남입니다.
애나에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다음날 정각에 기차가 온다면?
그래서 더블린으로 가서 무사히 약혼자를 만나고 결혼하며 끝난다면?
영화가 성립이 되지 않겠죠.
특히 로맨틱 코미디는요.
시나리오 작가가 바로 이를 위해서 존재하는 스텝인 것.
그런데 사람들은 로맨스 영화에 유독 까다로운 거 같아요.
왠만한 설정들은 그동안 영화에서 다 나왔으므로 새로운 걸 창작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죠.
이 영화를 보면서 재미와 감동을 느꼈고 그래서 펜을 들기로 한 건
시나리오의 새로움이었습니다.
너무 기대하진 마시고요. 앞서 말했던 공식
‘결혼을 앞둔 애인이 있는 주인공에게 닥친 사건’의 구조를 이 영화도 그대로 따라가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관건은
공식같은 이야기를 따르되, 어떻게 새로울 것인가 겠죠.
우선 두 주인공의 캐스팅과 연기가 점수를 먹고 들어갑니다.
예쁘고 현명한 애나, 반항적인 모습을 온몸으로 풍기는 츤데레 끝판왕 데클런.
서로 상반된 모습의 두 남녀가 만남부터 내내 티격대격 투닥댑니다.
두 사람 각각이 싸가지 없는 성격도 전혀 아니고
낯선 곳에서 알게 되었다면 당연히 친절하고 나이스했을 사람들이죠.
그런데 사랑이 싹트는 전제조건이 아이러니 하게도
서로에게 함부로 대하는 거라는 게 또 로맨스의 정석 아니겠습니까.ㅎㅎ
두 사람은 서로에게 쎈 대사들을 마구 날리면서
그러면서도 또 멀어지지 않고
우여곡절 사건을 겪으면서 더블린행을 같이 하게 됩니다.
로맨틱 코미디지만 또 너무 비현실적이면 말 그대로 허황한 것에 머무르고 말텐데요.
이제 애나와 데클런이 현실에 눈 떠야 할 시간!
더블린의 호텔 로비에서 애나의 약혼남 제레미가 등장합니다.
애나와 데클런은 한껏 썸을 타는 상태이고 데클런이 한발짝 다가서면서 무언가 말하려던 타이밍 이었는데.
제레미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날, 이 장소를 구혼의 이벤트로 정했던 거죠.
오픈된 곳에서 공개 구혼을 하는데 로망이 있는 남성들도 꽤 있나 봐요.
제레미는 준비한 결혼 반지를 꺼내고, 보란 듯이 무릎을 꿇고 결혼을 신청합니다.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고 애나가 여기서 거절하기도 어려운 상황.
애나는 한껏 미소를 장착하면서 당연히 예스라고 수락합니다.
그러면 이제 데클런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애나는 그저 이국적인 아일랜드에 가서 한 남자 마음만 건드린 여자였던 걸까요?
이거 밝히면 본 영화의 메리트를 거의 다 스포일러 하는 겁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정주행 고고~~^^
전형적인 공식에서 출발한 영화지만
새로움들이 있고, 한 방의 근사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영화.
오랜만에 로맨스 영화로 설레이며 본
<프로포즈 데이>였습니다.
아!
애나는 생각보다 훨씬 멋지고 진취적인 여성이었답니다.
프로포즈 남자만 하라는 법 있나요?
보스턴의 딸(!)로 자란 애나 답게
자신의 마음에 확신을 느낀 후에는 직진 돌격 합니다.
예쁘장하고 곱상하기만 하다고 여겼는데
이 시대의 상여자였습니다.
애나 언니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