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인터스텔라

사나예 2019. 5. 3. 00:55

 

 

 

 

 

이 작품이 개봉했을 때 이러면서 봤다.

‘당최 무슨 이야기인가.’

그럼에도 끝에 뭉클한 부성애와 가족애를 느끼면서 상영관을 나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당최 또 왜 감동인가.’

 

몇 차례 영화를 보았지만 여전히 과학 대사는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

심지어는

앤 해서웨이, 매튜 맥커너히, 제시카 차스테인 등 배우들도 저 대사들을 다 소화 하였을까 싶었다.

 

그런데 시간 여행 코드가 있는 어벤져스4편을 보고 다시 본 <인터스텔라>.

《중력은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대사가 새삼 꽂혔다.

 

생각해보니 이 영화를 오롯이 소화하는 관람객은

수학, 물리학, 천체물리학까지 아는 부류일 것이다.

그러나 엄연히 상업영화,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영화가 설마 그렇게 특수한 타겟을 대상으로 할까.

 

영화를 연출한 놀란, 시나리오를 같이 쓴 조나단도 미국 어디 대학을 한 학기 수강하면서 각본을 썼다고 하니 놀란 형제도 모르는 게 많았다.

그러면 이렇게까지 애써가면서, 인터스텔라 라는 심오한 영화를 찍어야 했던 이유는 뭐였을까.

 

영화는 다시 보니까 배우 매튜 매커너히와 제시카 차스테인 캐리 였다.

 

이 두 사람이 부녀로 나와서 애틋한 사랑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어려운 영화에서 유일하게 와닿는 스토리가 없을 뻔 했다.

(고 필자는 생각한다.)

 

특히 아버지 쿠퍼 매커너히는 영화를 보면 볼수록 감동적이다.

이 배우가 그리 좋아하는 헐리웃 배우는 아니었다.

거칠게 비유하면 미국 주류 majority, 보수적인 마초 남성을 대변한다고 여겼으며 이런 이미지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보면서는

그의 이런 보편적이고, 미국 대표스런 남성상이 영화에 감동을 부여함을 새롭게 느꼈다.

 

지구에서 아들, 딸이 영상 메시지를 보내는데

우주에서 일이 꼬여서 21년이 훌쩍 지나서 이제야 메시지를 열어 보는 쿠퍼.

 

아들이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첫 번째 메시지 다음이, 첫 아기가 태어난 소식이다.

이 영상을 보면서 울컥하는 매튜 매커너히를 보는데

아 이건 진짜다 했다.

 

딸은 아빠가 자신의 만류를 뿌리치고 ‘인류를 구하러’ 우주로 간 것에 실망했었다.

그래서 20년 동안 부러 메시지도 안 보냈다.

때문에 쿠퍼가 처음 보는 영상 메시지 속의 딸 머피는 이미 성인이다.

 

그 전에 손자 애기 보고 울컥에 시동 걸은 쿠퍼는,

딸이 ‘아빠는 나쁜 사람이에요’로 시작할 때 웃음을 냈다가

머피가 울먹이면서 ‘다 괜찮으니까 이제 돌아와요’라고 할 때 엉엉 오열을 한다.

 

이런 쿠퍼에, 이런 매커너히에 나도 심쿵.

 

후반부에 만 박사가 비열한 짓을 해서 동료가 죽고

자신들도 가까스로 귀환을 하게 된 쿠퍼와 브랜든 (앤 해서웨이).

브랜든에게 알리지 않고, 자신이 목숨을 걸고 브랜든을 살리는 방법을 택하는 쿠퍼의 장면이 나온다.

 

일언반구 없이 자신을 위해 희생을 택한 쿠퍼에게 감사를 표할 새도 없이

쿠퍼랑 아이컨택 할 작별 의식도 없이 그 덕분에 살게 된 브랜든.

 

약 30초 정도의 대화 씬에

쿠퍼가 ‘뉴턴 3의 법칙. 옛 것을 버려야 새 것이 산다.’고 하는데

위에서 아래로 찍은 부감 앵글에 잡힌 쿠퍼의 모습에 또 2차로 심쿵 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이자, 심오하면서도 난해한 도서실 장면.

이해를 하지 못하면서도 초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예전에는 캐치 못했었는데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매튜 매커너히가 다른 차원(5차원 정도)으로 와서 딸 머피에게 신호를 보내는데 이게 외계의 도움이 아니었다.

인류가 그 사이 진보하여서, 중력을 통한 시공간 이동술을 알아서

쿠퍼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계인 타스와 쿠퍼가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이런 내용이 나왔다.

미래에 인류는 시공간 이동 기술이 생겨서 과거로 차원 이동을 할 수 있다는 것.

 

이는 헐리웃 공상과학 영화에서 예전부터 끊임없이 등장하는 소재였는데,

최근 어벤져스에도 중요한 모티브로 나온다. (양자 역학)

 

 

아무튼 매튜 매커너히 배우 진짜 멋있었다.

 

꾸민 허세 이런 게 전혀 아니라, 진정성과 깊이가 단연 돋보였다.

 

딸 머피 역 제시카 차스테인의 차분한 강인함도 무척 아름다웠다.

 

 

<덩케르크>로 또 다른 감명을 안겨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슬슬 그의 신작이 나올 때가 된 것 같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마감으로 허전한 덕후들에게

놀란은 그 빈자리를 채워주기에 나름대로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