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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피겨스

사나예 2019. 4. 8. 02:26

 

 

 

 

196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한다.

미국과 소련이 우주 진출을 벌이고 있었는데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나간 최초의 사람이 된다.

 

미 우주항공국 NASA는 발칵 뒤집힌다.

이론적인 연구를 책임지는 담당부서의 부장 해리슨은 연구원들을 모아놓고 호통을 친다.

아무도 소련이 먼저 선수를 칠 거라고 예상못한 상황.

 

해리슨은 연구원들에게 앞으로 야근을 자주 할 거니 그리 알라고 하고, 초과 근무 수당은 없을 거라고 한다.

이런 조건이 싫으면 나가도 상관없고, 계속 일할 생각이면 아내들한테 전화를 하러 가라고 한다.

‘나부터 전화하러 가겠다’면서 사무실을 나간 해리슨.

 

아무도 그만 둔다고 하지 않고 연구원들은 각자의 자리로 가서 모두 일제히 전화를 한다.

이때 조금 눈에 띄는 직원이 있었다.

온통 백인 남자들인 사이에서 유일하게 흑인이며 여성인 계산원.

그녀는 캐서린 이었다.

 

<히든 피겨스>는 미국의 우주 산업의 성공에 흑인 여성들의 노고가 있었음을 밝히는 영화이다.

당시에는 마턴 루터 킹이 노벨평화상을 타기도 한참 전인 1962년.

나사 NASA는 철저히 인재로 구성된 기관이었고 흑인 여성 전문가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흑인을 차별하는 문화는 나사에도 예외없이 있었다.

 

캐서린은 비가 억수로 쏟아붓는데 바깥으로 뛰어가 다른 건물로 갔다 온다.

그 덕에 그녀가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은 시간이 길어졌고 이는 해리슨 부장의 눈에도 띈다.

 

어느날 비를 흠뻑 맞고 복귀한 캐서린을 해리슨은 호되게 야단친다.

나름대로 능력으로 선발해서 같이 일하고 있는데 왜 농땡이를 부려서 기대를 저버리냐고 한다.

이때 캐서린은 그동안 참아왔던 억울함이 폭발해서 사실을 말한다.

 

이 건물에는 자신이 갈 수 있는 화장실이 없어서 멀리 있는 화장실을 가느라 그랬다는 것.

당시에 화장실은 유색인 전용이 따로 있었고, 유색인 여성 화장실은 아주 먼 건물에 있었다.

 

이런 것에 무심했던 해리슨은 비로소 진상을 알게 된다.

자세히 둘러보니 직원 탕비실의 커피 포트에도 유색인 전용이 구분되어 있었다.

 

해리슨은 캐서린의 울부짖음을 한참 듣다가 바깥으로 나갔다.

망치 같은 것을 들고는 ‘유색인 여성 화장실’ 간판을 때려 부순다.

그리고 ‘이제부터 화장실은 다 똑같이 사용하라’고 지시한다.

‘NASA 직원들이 누는 소변의 색깔은 다 똑같다’라면서.

 

상사의 지원에 힘입어서 캐서린은 자신이 맡은 임무에 몰두한다.

한편 유색인 컴퓨터 프로그래머 사무실이란 데에서 일하는 다른 흑인 여성들도 있었다.

이곳에는 도로시, 메리를 비롯한 유능한 전문가들이 일하고 있었다.

 

영화는 캐서린을 중심으로, 몇 명의 흑인 NASA 연구원들의 모습을 주목한다.

 

존 글렌이라는 미국 우주비행사가 최초로 대기권을 진입하는 데에 캐서린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도로시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부서의 감독이 되었고

메리도 자신의 일에서 인정을 받아, 여성 최초로 NASA의 관리가 되었다고 한다.

흑인 최초일 뿐 아니라 여성 최초였다.

 

영화는 뭉클하게 다가온다.

 

그동안 미국 NASA 영화의 주인공들은 전부 다 남성들, 백인들이었다.

이들이 스포트라이트를 집중해서 받았다.

 

<히든 피겨스>는 비행선을 우주로 보내는 것 뒤에 수많은 수학, 컴퓨터 프로그램 전문가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수학 계산과 프로그래밍의 중심에는 흑인 여성들도 포함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1960년대, 엄혹했던 시절에 흑인이자 여성으로서 NASA라는 중심부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 멋진 사람들이 있었다.

 

캐서린은 이후에 아폴로 11호와 달 착륙 미션에도 참여했다고 끝에 자막으로 나온다.

 

엔딩 크레딧으로 실제 캐서린, 도로시, 메리의 사진이 나온다.

이들이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을 받고, 우주 산업에 큰 기여를 했음을 자막으로 보여줬다.

 

지난달에 마틴 루터 킹의 자서전을 읽으며

참 여러 생각을 했었다.

흑인을 분리하는 영화 속 상황들을 보며 다시 그 책이 떠올랐다.

 

엄혹하고 잔인한 시절에, 주인공들은 패배주의에 젖거나 분노로 점철되어 있지 않았다.

 

그녀들의 조용한 분투는 현명한 싸움이었고, 신앙의 힘이기도 했다.

그들이 업적을 낸 것도 대단했지만

그 과정들이 선으로 악을 이기는 모습이어서 더 근사했다.

 

논픽션 책을 원작으로 하는데 언제 책도 읽어보고 싶다.

 

묻혀있던 소중한 실화를 발굴한 영화

<히든 피겨스>다. 

 

Hidden figu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