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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증인이 되고 싶어요 <증인>

사나예 2019. 2. 20. 01:37

 

 

 

 

 

 

 

 

 

볼 수 있어 영광이었던 영화

 

 

 

‘사람은 모두 다릅니다.’

 

(양순호)

 

   

 

 

 

두 번째로 보고 와서 쓰는 리뷰이다.

 

처음 보았을 때 많이 울며 봤고 감동을 받았다.

 

그런데 그 느낌의 정체를 정확히 알고 싶어서 다시 상영관을 찾았다.

 

 

 

다시 봐도 감탄했다.

 

내가 느낀 울컥함들이 단순한 연민, 배우들의 연기 때문이 아니라

 

시나리오와 연출에서 정교하게 ‘계산’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더 기분이 좋은 영화였다.

 

 

 

나는 어느 평론가가 이 영화를 어떤 ‘운동’의 하나처럼 대우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 필자는 이제는 이러한 영화로 만족하지 않아야 된다고 썼다.

 

인식 개선을 말하는 거였고, 무슨 의미인지는 충분히 알겠다.

 

하지만 나는 영화는 영화로 우선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쓴 작가가 실화를 토대로 한 것도 아닌데,

 

이 영화에 ‘모든 자폐인을 위하는 의미 부여’의 짐을 지우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오히려 영화가 허구이기 때문에, 그 완결성과 완성도가 뛰어난 것이

 

결과적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에 대한 오롯한 예우라고

 

나는 생각한다.

 

 

 

제작진 그 누구도, 자폐인은 아니다.

 

그 가족중에 있다는 얘기도 못 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시나리오, 연출, 연기라는 각자의 영역에서 그저 최선을 다한 것이다.

 

그 ‘합’이 시너지가 되어 한 편의 이야기가 자연스러울 때,

 

그 때 영화의 메시지도 비로소 설득력을 갖는다.

 

 

 

미국영화 ‘아이 엠 쌤’이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명작으로 회자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다.

 

 

 

 

 

 

 

물론 그래도 미국에 비해서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장애인 인식은 현저히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

 

외국에 오래 나갔던 누군가는 왜 외국에는 장애인이 많고 우리나라에는 없지?하는 인상을 토로하곤 한다.

 

 

 

그건 외국에 장애인이 더 많고 우리나라가 없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는 장애인들이 바깥으로 많이 외출하거나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보는 게 옳다.

 

 

 

교통시설에 휠체어 탄 사람이 이동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개선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정신 장애인 쪽은 어떨까. 그 분들은 지체 장애인과는 또 다른 의미로 바깥으로 활동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시는 게 아닐까.

 

 

 

 

 

다시 찾은 상영관의 풍경도 지난번과 다르지 않았다.

 

나는 눈물을 자제하려고 했고 또 실제로 그랬는데, 다른 분들이 훌쩍이셔서 괜히 눈물이 나오더라.

 

 

 

그리고 오히려 나는 웃음이 나지 않은 부분에서 소소하고 경쾌하게 웃음을 터트리는 여성 관객들도 있었다.

 

 

 

영화의 완성도도 그렇고

 

관객들의 반응에 2차 감동했다.

 

   

 

 

 

정우성이 맡은 양순호 변호사가 법정에서 변론한 것처럼 ‘사람은 모두 다르’다.

 

강박을 가진 이도 있고 특별하고 특수한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자폐 장애인도 있다.

 

 

 

마지막으로는 역시 김향기 양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향기 양은 자신이 이번 연기로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한 건지 가늠하고 있을까.

 

 

 

오래전에 말아톤의 조승우가 한 모범을 세웠듯이

 

김향기양은 이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여성, 청소년의 한 모델을 세운 것이다.

 

눈빛, 시선의 각도, 한숨, 손 동작 등 작은 하나하나가 얼마나 디테일 한 지.

 

그것들이 얼마나 진심을 느끼게 하는지 모르겠다.

 

 

 

  

 

엔딩의 절정의 씬은 영화의 3요소가 결합하면서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다.

 

 

 

김향기가 연기한 지우, 정우성이 맡은 순호.

 

그 둘의 절묘한 호흡과, 적시에 툭 하고 흘러 나오는 영화 음악.

 

평소에도 가장 좋아하는 영화음악가인 조영욱 씨의 스코어 였다.

 

 

 

모든 어머니가 위대하지만

 

자폐를 갖는 자녀를 둔 어머니는 정말로 위대함을 느끼게 한 배우 장영남 씨.

 

장영남씨의 캐릭터 묘사가 다시 보니 정말 좋았다.

 

 

 

 

 

치밀한 추리적인 요소는 장르적으로는 그렇게 쫄깃하지는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개연성을 가지면서, 재판 법정 장면들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었다.

 

 

 

정우성이야 늘 믿보배였고

 

김향기의 앞날이 더욱 기대가 된다.

 

 

 

감독, 프로듀서, 시나리오 작가들이 더 분발해서 젊은 여성 연기자들이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많이 만들어 주면 좋겠다.

 

 

 

이한 감독도 개인적으로 팬이었는데 웰메이드로 돌아와서 반가웠다.

 

     

 

written by Asl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