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인생
예술가니까 그럴 수 있고 용서할 수 있대요.”
_윤희정 대사 에서
홍상수 감독 영화를 마지막으로 본 건 <우리 선희>이다. 극장에서 봤었는데 여전히 홍 감독의 코드로 장난치는 듯한 영화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사람의 영화에 관심이 있었다.
영화 바깥에서는 여성 관계가 복잡하다는 소문이 계속 돌았지만 영화의 미학적인 작품성은 인정해야 했다.
그러다가 몇해전에 김민희와 사귄다고 기사가 났고 확실하게 정나미가 떨어졌다.
홍상수 영화야 안보면 그만이었지만, 김민희는 충무로에서 이제 자리를 잡은 배우였기에 매우 애석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의 정재영은 외국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에 대해서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고, 두 사람의 사이에도 관심을 끊고 싶었다.
그런데 영화의 배경이 내가 사는 곳 옆동네여서 영화를 보는 내내 착잡했다.
내가 애정하는 공간이, 겨우 이 정도 영화로 오염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글을 남기고 넘어가야겠다 싶었다.
극중 윤희정(김민희)과 함춘수(정재영)가 밤에 횡단보도 앞에 있는 장소. 그 곳은 내가 자주 지나다니는 곳이다. 앞에 빵집 상호를 보다가 기겁을 했다. ㅠ
인터넷 댓글에서 베스트 댓글에 보면 이런 게 있었다.
‘지금도 틀리고 그 때도 틀렸다.’라고.
사랑에 맞고 틀린 걸 정하는 일은 난감한 일일 것이다.
이번에 영화를 처음으로 끝까지 다보고는 이렇게 생각했다.
‘맞냐 틀리냐를 가늠하려는 순간 사랑의 정체는 난해해 진다.’라고.
어느 순간부터 홍상수 영화는 지지부진한 동어반복이어서, (김민희 얘기 안 나왔어도) 그만 볼까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해외나 영화사에서 거장이라고 불리는 감독 중에 동일한 주제의식을 변주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홍상수 영화는 그런 ‘변주’가 아니라고 개인적으로는 판단 내렸다.
그동안 꽤 여러번 욱하였지만 글쓰기는 자제했었다.
그러다 내가 사랑하는 동네들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를 보고는 진짜 불쾌감이 절로 들었다.
극중 영화감독 함춘수는 자기 영화를 혹평하는 영화평론가 유준상에게 이렇게 욕을 했다.
진짜 뻔뻔하고, 무식하고, 속물이라고.
거장인 줄 자만하면서 동어반복인 영화만 찍고, 불륜을 말장난으로 미화하면서 그건 뻔뻔하지 않은 건가?
자유인, 예술가라면서 자기애에 도취되어서, 이번에는 ‘열애’에도 빠져서 설득력 전혀 없는 영화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였다.
‘예쁘고, 좋은 것을 만들고 싶다’, 이런 저런 언어유희로 합리화하는 홍상수 영화 앞으로 내 돈 주고 절대 안 보련다. -_-
해외 영화제니 뭐니 칸느 할애비 상을 탄대로 볼 의향이 없다. --;
홍감독 영화에 아마 마지막으로 코멘트 하는 것일테니 이 말만은 꼭 남겨야 겠다.
김민희가 정말 아깝다는 생각 밖에는 안 든다.
영화 배우로서의 그녀의 잠재력, 그 가능성이 말이다.